'발암 가능' 아스파탐 대신 스테비아를? 전문의 3인에 물었더니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박정렬 기자 2023.07.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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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혈당·체중 관리 위해 인공감미료의 '인위적인 단맛' 벗어나야"

'발암 가능' 아스파탐 대신 스테비아를? 전문의 3인에 물었더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이달 중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할 것이 예고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혈당·체중 관리를 위해선 인공감미료의 '인위적인 단맛'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현재 병원·의학회 등 국내 의료계에서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지정과 관련해 내놓은 견해나 새로운 진료지침은 아직 없다. 다만 WHO에서 조만간 아스파탐의 발암 등급을 발표하면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아스파탐 섭취 현황을 알리고, 대한의사협회·대한당뇨병학회 등 의료계에서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 가능 물질 지정 예고에 전문의들은 △아스파탐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체중·혈당 관리가 목적이라면 인공감미료 제품 섭취 대신 총식사량을 줄이면서 운동량은 늘리는 게 더 중요하며 △공복혈당장애·당뇨병으로 진단받아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인공감미료 대신 스테비아·타가토스 같은 '천연 감미료'로 대체하는 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공통으로 강조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아스파탐 자체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아니면 아스파탐이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화합물이 발암 가능 물질인지는 이번 WHO의 발표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다"면서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지정된다면 이는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있으나 전반적인 임상시험이 없어 발암 위해 정도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파탐뿐만 아니라 '무설탕'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인공감미료가 장기적으로는 살을 더 찌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인공감미료 제품에 '무설탕', '제로칼로리'라고 홍보하면서 안심하고 먹다간 '단맛 중독'을 유발해 더 많이 찾게 되고, 이에 따라 살이 계속 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WHO는 지난 5월 15일(현지 시각), 비(非)당류감미료(NSS, non-nutritive sweeteners)에 대한 새 지침을 발표하며 "몸무게를 조절하거나 비전염성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 NSS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비당류감미료란 당분이 없으면서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아스파탐 같은 모든 인공감미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WHO는 "NSS를 장기간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 성인의 경우 사망 위험을 키우는 등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전 대한비만학회장) 교수는 "아스파탐을 비롯해 모든 인공감미료의 건강상 위해성은 그간 연구된 의학적 근거가 적을 뿐, 괜찮은지 아닌지는 좀 더 자료가 쌓여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아스파탐을 굳이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암 가능' 아스파탐 대신 스테비아를? 전문의 3인에 물었더니
식품업계는 지난해부터 '몸매를 관리하려는 사람'을 타깃 삼아 제로 칼로리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무설탕 열풍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로 칼로리 제품을 즐겨 먹어온 사람이 다시 설탕·당류·시럽 제품으로 돌아가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 교수는 조언한다. 강 교수는 "인공감미료에 길든 사람은 과일주스보다는 생과일을, 단맛보다는 허브 맛, 식자재의 향·맛에 집중하며 '건강한 단맛'에 길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생강·양파·마늘 등을 요리에 활용하면 건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 특히 양파는 가열하면 매운맛 성분이 분해돼 단맛을 내는 성분이 설탕의 50배 넘게 만들어진다. 예컨대 불고기 요리할 때 일반적인 레시피보다 양파 사용량을 3~4배로 늘리면 설탕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양파의 단맛·감칠맛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10분 이상, 타지 않게 가열해야 한다. 생과일과 과일 껍질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줄 뿐 아니라 과당이 몸속에 곧바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 혈당의 급상승을 막는다. 하지만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엔 과일 속 식이섬유가 쪼개져 식이섬유가 주는 포만감과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사라지고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탄산음료의 탄산에 중독된 사람은 칼로리가 없는 탄산수로 바꾸고, 여기에 레몬을 넣어 맛을 돋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혈당·체중 관리를 위해선 식사량부터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서 당류 섭취를 줄이려면 인공감미료 대신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김병준 교수는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하는 스테비아는 대표적인 천연 감미료로, 칼로리가 없으면서 단맛을 낸다"며 "설탕보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비용 부담이 적고 국화과 식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없다면 집에서 요리할 때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천연 감미료 가운데 스테비아는 설탕의 200배 단맛을, 타가토스는 설탕과 같은 양 대비 같은 단맛을 내며 모두 0㎉다.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에 대한 극도의 공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과거 발간한 자료 등에 따르면 체중이 35㎏인 어린이가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이 약 43㎎ 기준)을 하루에 55캔 이상을 매일 마시거나,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한다. ADI는 사람이 일생 매일 먹더라도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체중 1㎏당 1일 섭취량을 말한다. 강 교수는 "한 방울도 마시면 큰일 난다는 공포감은 조성할 필요 없다"면서도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며 섭취량을 줄여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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