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걱정 아빠도, 新재테크 찾는 자식도…"대체재 없다" 여기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오정은 기자 2023.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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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100조 시대 앞둔 ETF (上)

편집자주 ETF 100조 시대가 열렸다. 2002년 10월 첫 ETF 상장 20여년만에 급성장하며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했다. ETF는 공모펀드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매매할 수 있고, 개별 주식투자에 비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자산배분을 위한 동학개미의 필수 재테크 상품이 된 ETF 시장의 성장과 현황을 살펴보고 ETF 200조원, 300조원 시대를 위한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ETF 시장 100조 시대 열렸다…'거스를 수 없는 대세' ETF투자
은퇴 걱정 아빠도, 新재테크 찾는 자식도…"대체재 없다" 여기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100조원 시대가 열렸다. 거래 편의성, 투명성, 저렴한 비용 등에 힘입어 ETF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2019년 450개에 불과했던 ETF 상품 수는 현재 733개에 이른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ETF 시장 규모도 10조달러를 넘어서면서, ETF는 금융투자산업의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

◆ ETF 시장 100조원…"수익률·편의성 힘입어 성장"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ETF 순자산 총액은 100조3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순자산(78조5116억원) 대비 27.41% 증가한 수치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10월 첫 ETF인 'KODEX 200' ETF가 등장한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2020년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 투자하고, 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ETF 시장도 급격하게 커졌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그동안 투자자들은 벤치마크 수익률 상회를 기대하며 공모펀드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지급했으나, 실제 수익률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액티브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투자자들은 저비용과 투명성, 환금성의 장점을 갖춘 ETF 상품에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말 51조7123억원에 불과했던 ETF 순자산총액은 2020년 52조365억원, 2021년 73조9675억원으로 증가했다. ETF 일평균 거래대금도 2019년 1조3332억원에서 올해 2조8370억원(6월29일 기준)으로 늘었다.

◆ 퇴직연금 시장 성장·공모펀드 외면에 각광받은 ETF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연금 계좌 내에서 ETF 투자가 확대된 것 역시 ETF 성장을 이끌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계좌로 ETF 거래가 허용됐는데, 이때 역외 ETF는 투자가 불가능해 국내 ETF 상품들이 수혜를 입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5개 증권사의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금액은 2019년 말 794억원에서 지난해 1조811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투자금액은 2조6643억원으로 ETF 투자 규모는 계속 성장 중이다.

2019년 사모펀드 사태와 금융소비자 법 시행에 따라 투자자들이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간접상품보다 직접투자를 선호하게 된 것도 ETF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ETF는 실시간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금융당국이 만기매칭형 채권 ETF, 단일종목 ETF 출시를 허용하는 등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들도 나왔다.

운용사 경쟁 속 다양해진 ETF…"성장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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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이 커지고,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ETF 상품도 증가했다. 2019년 450개에 불과했던 ETF 수는 전일 기준 733개로 늘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449개, 해외 ETF는 249개, 국내와 해외 자산에 함께 투자하는 ETF는 35개다. 액티브 ETF는 143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87개다.

단일종목 ETF와 만기 매칭형 채권 ETF 등 이전에 없던 유형의 상품도 등장했다. TDF(타깃데이트펀드)에 ETF의 장점을 결합한 TDF ETF, 매월 분배금(배당금)을 받은 월배당 ETF, 일명 파킹형 ETF인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ETF, SOFR(미국 무위험지표금리) ETF 등을 출시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 본부장은 "운용사들의 경쟁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상품들이 출시됐고, 투자자들의 수요를 만족시켰다"며 "ETF 시장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ETF 시장 성장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세계 ETF 시장 규모는 10조달러(악 1경3050조원)를 넘어섰다.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ETF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ETF의 장점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은퇴자 수가 많아지면서 인컴 중심의 ETF 등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조 ETF 시장, 개미가 이끌었다…올해 대세는 '채권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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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원에 육박한 K-ETF 성장은 개인이 이끌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재테크 열풍이 불며 ETF를 이용한 '노후대비 적립식 투자', 'ETF를 이용한 손쉬운 자산배분 전략'이 인기를 끌며 개인 투자자의 ETF 매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6월29일까지 ETF 시장 전체 거래대금(매수+매도) 692조2230억원 가운데 개인이 341조8320억원을 기록하며 49.4%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ETF 시장 거래대금의 절반 가량을 개인이 점유한 것이다. 이는 국내 기관투자자(29.6%)와 외국인(19.8%)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채권형 ETF가 각광받으며 채권형 ETF에 개인 자금이 몰렸다. 2023년 상반기 개인이 가장 많이 산 ETF 상위 10종목 가운데 6~10위 5종목을 모두 채권 ETF가 차지했다. 특히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ETF는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상반기 신규 출시된 ETF 63종 가운데 금리형을 포함한 채권형 ETF는 29종에 달했다. 신규 채권형 ETF는 출시와 동시에 시중 자금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올해 출시된 채권 ETF 가운데 ARIRANG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 TIGER 25-10 회사채(A+이상)액티브 등은 3000~4000억원대 시가총액으로 빠르게 몸집이 불었다.

개인의 채권 ETF 매수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 금리(이자) 매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채권 투자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 특히 채권 ETF는 주식을 매매하듯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어 빠르게 성장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자금 시장 경색이 완화되고 채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채권형 ETF와 채권 액티브 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며 "특히 국내 채권 관련 액티브 ETF가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며 큰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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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며 채권 ETF 종류도 다변화됐다.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KODEX 단기채권PLUS와 같은 단기채 ETF를 비롯해 원화 약세 예상시 수익이 날 수 있는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 액티브,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미국 단기채·단기 금리 ETF)가 상장됐다.

특히 지난해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자 매력이 급격히 높아진 장기채 ETF는 채권 ETF 중에서 올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장기채 ETF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할 때 상당한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금리 하락기에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은퇴 걱정 아빠도, 新재테크 찾는 자식도…"대체재 없다" 여기로
때문에 올해 채권 ETF 개인 순매수 1,2위도 모두 30년물 국채 ETF가 차지했다. 각각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7,785원 ▲50 +0.65%)과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69,725원 ▲260 +0.37%)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본부장은 "금리 정점론에 무게가 실리며 듀레이션(채권의 투자원금을 회수하기까지 기간)이 가장 긴 30년 장기채 ETF에 개인 매수가 몰리고 있다"며 "장기채ETF는 금리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물가 상승에 연동해 수익이 올라가는 '인플레이션 방어' 기능을 가진 물가채 ETF도 등장했다. 지난해 5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은 KOSEF 물가채KIS를 상장했다. 그밖에 일반 채권처럼 만기가 있는 KODEX 23-12 국고채액티브와 같은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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