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이춘재가 2020년 11월 화성연쇄살인 첫 사건 발생 34년 만에 관련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사진=뉴스1](https://orgthumb.mt.co.kr/06/2023/06/2023063009300875418_1.jpg)
경기남부경찰청(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80~1990년대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라고 밝혔다. 화성 연쇄살인의 첫 사건이 발생한 지 34년 만에 범인의 정체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들과의 면담에서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 지역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이 자신의 범행이었다고 자백했다. 이 과정에서 이춘재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죄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고개 숙인 경찰·검찰…"무리한 수사 죄송"
![2020년 7월 2일 오전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과거 경찰이 벌인 무리한 수사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https://orgthumb.mt.co.kr/06/2023/06/2023063009300875418_2.jpg)
재수사를 통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춘재라는 것을 확인한 수사 당국은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있었지만, 무리한 수사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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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주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춘재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과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보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과거 경찰은 이춘재가 벌인 연쇄살인의 일부 사건의 용의자로 이춘재가 아닌 다른 남성들을 지목해 수사했다. 이들 중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용의자로 몰린 윤성여씨는 당시 경찰의 폭행 및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했고,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9년 가석방 된 윤성여씨는 경찰의 재수사 소식에 2019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후 1년 뒤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도 윤씨를 향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당시 검찰은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과거 윤씨의 수사를 담당했던 2명의 검사는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란 오랜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윤성여씨)과 그의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성여씨는 수사 당국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용서하고 싶다"며 "제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어도 성경을 보면 용서하란 구절이 나온다. (관련된) 모든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가운데)가 2020년 12월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감격하고 있다. /사진=뉴스1](https://orgthumb.mt.co.kr/06/2023/06/2023063009300875418_3.jpg)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 사진. /사진=머니투데이 DB](https://orgthumb.mt.co.kr/06/2023/06/2023063009300875418_4.jpg)
이후 경찰은 "개인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이춘재는 23세부터 강간 범행을 시작했고, 불과 4년 7개월 만에 14명을 살해했다. 심지어 이춘재의 성폭행, 살인 피해자 목록에는 그의 처제까지 포함됐다.
또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이춘재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우월감을 느꼈으나 제대 후 같은 감정을 느낄 기회가 사라지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찰은 "이춘재는 (군에서) 탱크를 운전하는 기갑병으로 근무했다"며 "자신이 탱크를 몰고 앞으로 전진하고 뒤에 부대원들이 따라오는, 자신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우월감과 희열감을 경험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대 얘기를 할 때면 (이춘재는) 기분이 좋아져 즐겁게 떠들고는 했다"며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희열감을 느꼈고, 이런 것들이 (성폭행 등) 범행할 때도 표출됐다고 프로파일러들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독방에 갇힌 이춘재가 자신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흥미를 보였고, 심지어 즐기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가 교도관에게 언론 보도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묻는 등 관심받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