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헬스케어, 그룹 자금지원 논란…적자때도 모회사에 수백억 배당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7.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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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1500억 있는데 IPO해 다시 자금조달? 한국거래소의 판단은

오상헬스케어, 그룹 자금지원 논란…적자때도 모회사에 수백억 배당


올해 코스닥 시장 재상장을 시도하는 체외진단키트 업체 오상헬스케어의 최대주주 오상그룹이 이미 배당금만으로도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그룹은 과거 임원의 횡령·배임 문제로 상장폐지된 인포피아(현 오상헬스케어)를 싼 값에 인수했는데 이번 IPO(기업공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평가이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오상헬스케어의 재상장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상장폐지의 원인이 됐던 내부통제 문제나 실적 안정성 우려를 제대로 해소하지 않은 채 상장에 나서는 게 최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 자회사에서 수백억 배당…이상한 오상그룹의 배당전략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89년 무역상사로 출발한 오상그룹은 아시아권에 상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광학 디스플레이와 IT 소재 등을 유통하는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후 프리미엄 과일포장재, IT 솔루션, 농업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오상그룹은 2016년 체외진단키트 업체 인포피아를 인수하면서 헬스케어 영역까지 진출했다.

당시 인포피아는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하지만 오상그룹은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자회사 오상자이엘 (4,160원 ▲25 +0.60%)을 통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포피아 지분 17.74%를 1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상장폐지가 결정됐지만 오상그룹은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했다. 오상은 정리매매 기간 동안 장내매수로 69억원 어치를 추가 매입해 지분 23.87%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 가격은 유상증자가 주당 5270원, 정리매매 시 매수 단가는 주당 2000~3000원 선이었다. 2016년 초 인포피아 주가가 1만원 초반대였음을 감안하면 오상그룹은 상폐 위기에 몰린 기업을 싼 가격에 줍줍한 셈이다.

2016년 5월 상장폐지된 인포피아는 오상그룹에 인수된 이후 사명을 오상헬스케어로 바꾼다. 그해 11월 오상헬스케어는 유상증자를 통해 아주세컨더리플러스투자조합 등 FI(재무적 투자자)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3년 뒤인 2019년 11월 오상은 FI 지분 전체를 170억원에 되샀다.


2020년 5월에도 오상헬스케어 지분 70억원 어치를 추가 취득했다. 올해 3월말 기준 오상헬스케어 지분 구조는 △오상 38.88% △오상자이엘 16.33% △이동현 오상그룹 회장 5.45% 등이다.

상장폐지로 위기를 맞았던 오상헬스케어는 코로나19로 진단키트 특수를 맞으며 기사회생했다.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0% 증가한 258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7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160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회사에 현금이 쌓여가자 오상그룹은 본격적으로 오상헬스케어의 배당을 늘리기 시작했다. 오상헬스케어는 오상그룹에 인수된 이후 2018년 주당 50원으로 첫 배당을 실시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2020년에는 주당 2000원으로 확 늘렸고 심지어 적자를 기록했던 2021년에도 주당 10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중간 배당 1000원과 결산 배당 2000원 등 총 3000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오상이 오상헬스케어 인수 이후 수령한 배당금은 △2018년 1억2765만원 △2020년 103억2108만원 △2021년 51억6054만원 △2022년 154억8162만원 등 총 311억원 가량이다. 오상 감사보고서상 오상헬스케어 취득원가가 약 309억원임을 감안하면 오상은 배당금만으로도 이미 본전을 뽑은 상황이다.

오상자이엘 역시 마찬가지다. 오상자이엘이 그 동안 오상헬스케어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131억원으로 취득원가 105억원보다 많다. 이동현 오상그룹 회장도 약 44억원의 배당을 수령했다.

이미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은 오상그룹은 오상헬스케어의 상장만으로도 막대한 평가이익을 얻게 된다. 현재 장외시장인 K-OTC에서 거래 중인 오상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2967억원으로 2016년 상폐 직전 시가총액(약 500억원)보다 6배 이상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그룹 자금창구 논란에 내부통제 지적도 여전. 물러났다는 이동현 회장 슬그머니 복귀

오상그룹은 회사에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오상헬스케어 자금을 끌어다쓰기도 했다. 2019년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오상은 그 해 오상헬스케어로부터 150억원을 차입했고 그 다음해인 2020년에도 9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현재는 차입금을 전부 상환한 상태지만 배당과 차입 등으로 자회사 자산을 쌈짓돈 쓰듯 빼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재상장에 걸림돌이 된 내부통제 문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2021년 오상헬스케어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재상장을 시도했는데 예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거래소는 인포피아 상장폐지의 원인이 됐던 내부통제 문제와 실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회장은 2021년 초 오상헬스케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시도했다.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경영 전면에선 물러나면서 횡령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겠단 차원이었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위원회 구성과 감사위원회 설치로 견제 장치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다시 슬그머니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이사회에서는 사내이사의 선임 여부나 배당, 재무제표의 승인 등 경영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결정한다. 인포피아 시절 주요 임원의 횡령 문제로 상장폐지를 당했던 회사인만큼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오상헬스케어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해외 영업 등 경영활동을 하면서 대외적인 직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여전히 대표이사는 홍승억 사장이고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만큼 내부통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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