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대한항공은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집행위)와 합병 심사기안 연장 협의를 진행하였고, 이에 따라 심사 연장이 결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집행위는 오는 8월 3일까지 양사의 합병 심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하면서 심사 기한이 최대 2달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추가 협의에 따라 연장 기한이 더 당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행위는 지난 3월 심사 기한을 7월에서 8월로 한 차례 연장한데 이어 이날 대한항공의 요청에 따라 다시금 연기하게 됐다.
앞서 집행위는 이의제기서를 통해 "양사의 인수·합병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의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과 유럽 전체의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U가 지적한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 합병사의 점유율이 100%다. 로마(87.2%)·프랑크푸르트(86.4%)·런던(79.8%)·파리(75.5%) 노선도 점유율이 높은데다가, 노선을 두고 경쟁하는 항공사가 한 개에 불과하다.
당초 합병사가 유럽·호주·미주 노선 운항 편수인 주 183회(2019년 기준) 중 69회를 반납해야 한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상황이 보다 악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영국에서 반독점당국이 독과점 해소 방안을 요구하자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사에 7개 슬롯을 내줬고, 중국에서도 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 등의 노선에서 일부 슬롯을 반납했다. EU와 미국 법무부가 에어프레미아 등 기존 한국 항공사가 경쟁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외항사에 슬롯을 넘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대한한공은 합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초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일(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양사 합병 무산시 플랜B는)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는 무산 이후를 대비해야할 상황이 아니라 합병에 온힘을 쏟아야할 시기"라고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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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심사는 연기됐지만 대한항공은 일본 반독점당국에는 예정대로 독과점 우려 해소방안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곧 제출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 연장 기가 내 EC와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