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돈 될까…석달 만에 작년 매출 만큼 번 '루닛' 비결은?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김도윤 기자 2023.06.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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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지털 헬스케어, 돈 될까③

편집자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촉망받는 미래산업이란 평가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여건은 갖춰졌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너도나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데, 정말 돈이 될까. 규제 장벽을 넘고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글로벌 기업이 파산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과 암을 짚을 때가 됐다.

정말 돈 될까…석달 만에 작년 매출 만큼 번 '루닛' 비결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미래는 밝겠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이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돈을 벌 수 있을까. 결국 이익이 나야 스타 기업이 등장하고 시장이 커지고 산업이 발전한다.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로 돈을 버는 기업은 드물다.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진짜 이유는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시장성에 기반한 독보적인 기술력이 없다는 데 있다. 이미 많은 국내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표방하며 주식시장에 상장했거나 많은 투자를 받았다. 그럼에도 아직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재활 솔루션을 앞세워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한 네오펙트 같은 부정적 사례도 있다. 네오펙트는 상장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지속하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올해 주인이 바뀌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중에서도 아직 이익을 내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로 돈을 버는 일이 쉽지 않단 방증이다.

한 예로 올해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2종이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향후 얼마나 의료 시장에 침투해 국민 건강에 기여하며 시장을 키울 수 있을진 미지수란 평가도 나온다. 디지털 치료제가 있어도 의사가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처방할지 알 수 없다. 또 인지 행동 치료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언어나 문화 차이가 있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사업 모델과 공략 대상 선정, 해외 시장 진출,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개발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대표는 "시장 규모가 제약된 국내 사업만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타깃을 정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뚫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법민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 많은 기술 개발 시도가 있고 서비스나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기술만 내세울 뿐 이익을 내기 위한 사업 모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시장에서 비용 지불자 역할을 하는 건보(건강보험)나 민간보험, 병원과 환자에 얼마나 혜택을 제공하고 주머니를 열 수 있을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잘하니 해외서 매출이 팍팍…루닛의 쾌속질주
의료 AI 기업 루닛 (49,600원 ▼800 -1.59%)은 성공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례다. 올해 루닛은 국내 주식시장의 스타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500%에 달한다. 지난해 말 종가는 2만9800원. 현재 주가는 17만원 안팎이다.

아직 적자 회사이긴 하지만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1분기에만 1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139억원을 한 분기 만에 거의 따라잡았다. 이 정도 매출 증가 속도면 머지않아 흑자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1분기 루닛 수출액은 97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은 88.6%에 달한다.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인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 루닛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의료 현장이나 신약 개발 연구 등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닛의 고속 성장은 'AI로 암을 정복한단' 뚜렷한 사업모델, 독자적인 의료 AI 기술 경쟁력과 해외 시장 공략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란 평가다. 루닛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 암 진단 솔루션의 진단 알고리즘은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국내외 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19년 후지필름, 2020년 필립스, 2021년 GE헬스케어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또 미국 가던트헬스와 공동 개발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제품을 출시하며 진단 외 사업 영역에서 처음으로 매출을 올리는 등 상업화 성과에 공을 들였다. 노력은 결실로 돌아왔다. 루닛은 최근에도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일본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단 성과를 전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최근 매출 확대는 후지필름 등 해외 파트너십 성과가 실제 의료기관을 통한 솔루션 판매로 이어진 영향"이라며 "인공지능 바이오마커 등을 활용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 확대 등을 통한 추가 매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암 진단 분야에서 해외 판매망을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겠다"며 "암 치료 분야에선 글로벌 제약사와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와 임상 참여에 나서는 동시에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 절차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함께 국가 암 건진 사업 등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영역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넛지헬스케어의 대박, 명확한 사업모델이 핵심
정말 돈 될까…석달 만에 작년 매출 만큼 번 '루닛' 비결은?
2016년 설립된 넛지헬스케어도 성공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례로 꼽힌다. 걸으면 금전적 보상을 주는 '캐시워크' 앱을 개발한 기업이다. 작년 연결 기준 매출 793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했다. 돈 벌고 흑자까지 내는 국내외 몇 안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전년보다 매출액은 39%, 영업이익은 12% 늘면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확한 사업모델'이 넛지헬스케어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캐시워크는 동기부여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넛지(Nudge)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동기부여 수단은 리워드 형태의 금전적 보상이다. 넛지헬스케어는 캐시워크를 '돈버는 만보기'로 정의했다. 누구나 쉽게 원리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직관적 컨셉이다.

캐시워크는 출시 후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 이상(다운로드 2000만건)이 사용하는 앱이 됐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만 600만명에 이른다.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면서 광고주가 몰렸다. 넛지헬스케어는 광고 노출시간을 경매처럼 운영하는 기법을 접목해 동기부여 재원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용자에 돈을 주는 앱이 돈을 버는 앱이 된 배경이다.

넛지헬스케어는 최근 무대를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했다. 작년 말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 캐시워크를 출시했다. 글로벌 캐시워크는 약 반년 만에 다운로드 200만건을 돌파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국가별 언어 지원은 물론, 보상을 지원하는 제휴업체를 확보해 현지 사용자가 느끼는 보상 효용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 영향이다. 조만간 다른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나승균 넛지헬스케어 대표는 "다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캐시워크는 일상 속 건강관리 즉, '예방'에 특화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자리잡았다며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하는 국내외 캐시워크의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대표 건강관리 앱의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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