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백기…농심·삼양 라면값 인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지영호 기자, 유예림 기자 2023.06.28 05:20
글자크기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사진=뉴시스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사진=뉴시스


정부의 밀가루 가격 인하 요청에 제분사들이 호응하면서 라면 업체부터 백기 투항하는 모습이다. 라면 업계 1위 농심이 대표 인기 상품인 신라면 출고가격을 13년 만에 내렸고, 삼양라면도 평균 4.7% 인하를 결정했다.



◇신라면, 삼양라면 가격 동반 인하…오뚜기, 팔도도 검토
농심은 "제분사들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농심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사들이 7월부터 소맥분 공급가격을 평균 5% 낮추겠다고 통보한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현재 소매점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전망이다. 신라면의 가격 인하는 13년 만이다. 새우깡은 1971년 출시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두 제품의 국내 판매량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은 2개 제품만 선별해 가격을 인하한 이유에 대해 "소맥분 공급가격 인하에 따른 비용 절감분을 여러 제품으로 분산하면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 체감 효과가 낮아진다"며 "품목당 5원 내외로 가격을 낮출 바에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농심 발표 이후 삼양식품도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7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다른 라면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7월 중 라면 주요 제품 가격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며, 인하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팔도 관계자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고민 커지는 빵, 과자 업계
라면 업체들이 전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밀가루를 활용한 다른 가공식품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제빵업계 1위인 SPC삼립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의견을 청취 중으로 알려졌다.


농심이 신라면 외에 대표 스낵 브랜드인 새우깡 가격을 내리자 제과 업체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라면 업체만큼 가격 인하 압박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 결정으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과사 관계자는 "제과업계는 밀가루의 원재료 비중이 라면 업체보다 낮은 10~15% 수준이고 초콜릿과 감자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 업계에선 최근 시장 분위기가 2010년과 비슷한 흐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 가격 인하를 반영해 식품사들의 가격 인하를 요청한 바 있다. 이 때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 외에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크라운해태, 파리바게뜨(SPC그룹), 뚜레쥬르(CJ푸드빌) 등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