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거목이 지다...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남긴 것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06.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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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사진=에이스침대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사진=에이스침대


한국 침대의 선구자인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1930년생으로 6남매 중 막내로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난 안 회장은 1·4 후퇴 때 부모와 떨어져 혈혈단신으로 월남한 실향민이다. 부산 미군부대에서 잡역부로 일하다 미군 야전 침대를 보고 침대 사업을 구상했고 서울에 올라와 방송국 기자재 납품업무를 하면서 침대 사업을 준비했다. 29세였던 1968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한 것이 현 에이스침대의 모태다. 국내에 변변한 침대 스프링 제조 기술은 물론 기기도 없던 시절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직접 개발해 제조해야 했다.

안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종합가구업계 대기업들도 쉽사리 시행하지 못한 표준화와 품질관리를 도입하며 차별화를 시작했다. 당시 기업들에는 생소했던 '품질관리실'이라는 부서를 만들고 업무를 표준화·문서화해 에이스침대의 회사 규격을 만들어냈다.



시련은 있었다. 1975년 서울 금호동 공장이 전기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그가 다져놓은 제조 기반시설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이 때 안 회장은 "기술은 불에 타지 않고 물에 떠내려가지 않는 무형의 재산"이라는 것을 뼈에 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 성수동 공장으로 이전하고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술 발전의 열망을 키웠다.

에이스침대 첨단 자동 시스템/사진=에이스침대에이스침대 첨단 자동 시스템/사진=에이스침대
그의 열망은 1992년 국제공인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현실화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 광고로 에이스침대는 국내 침대 매트리스 시장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안 회장은 한국형 라이프 스타일과 체형에 맞는 매트리스 개발을 위해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설비 투자로 '잘 잘 수 있는 침대'의 과학적 바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1호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기, 침대 도료인 '아미노알키드', 침대 업계 첫 KS마크 획득, 300개의 특허획득 등 에이스침대가 가지고 있는 기록들은 안 회장의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1995년 충북 음성 공장에 도입된 첨단 자동 생산 시스템은 안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상징물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균일하지 않은 품질 소재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작동이 중단된다. 에이스침대가 품질의 자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안 회장은 탁월한 경영능력과 침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과 철탑산업훈장, 대통령상 3회, 국무총리상 4회 등을 수상했다.

그의 침대에 대한 열정과 경영능력은 두 자녀가 이어받았다. 장남인 안성호 대표는 에이스침대를, 차남 안정호 대표는 시몬스를 이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국내 매트리스 시장 선두를 다투는 양강 기업이다.


한편 안 회장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경영인으로 존경받았다. 1994년부터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을 진행했고, 1999년부터 25년 동안 설과 추석 명절마다 지역 사회에 백미를 기부했다. 그동안 안 회장이 기부한 쌀은 10kg 13만6560포(1356톤)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32억원 정도다. 또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15억원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지역 사회와 소외계층을 위해 꾸준한 관심과 도움을 실천했다.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사진=에이스침대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사진=에이스침대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은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사진=에이스침대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은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사진=에이스침대
에이스침대 공업사 시절 안유수 회장./사진=에이스침대에이스침대 공업사 시절 안유수 회장./사진=에이스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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