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사 엘오티베큠 대표인 오 회장은 올해 2월 제13대 코스닥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인플레이션과 각종 비용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경영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취임한 오 회장은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각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스닥 CEO(최고경영자)들의 고령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상속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CEO들의 평균 나이는 58.2세로 전년 대비 1.3세 증가했다. 60대 이상 비율은 전년 대비 8%포인트 증가한 44.7%를 기록했다. 코스닥 CEO 둘 중 하나는 60대란 의미다.
오 회장은 "코스닥 CEO들이 세대교체를 앞둔 시점에서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수한 중소기업이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해외자본 손에 넘어간다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도 개선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한 회사가 6년 이상 동일한 감사인을 선임한 경우 정부가 이후 3년간 새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감사의 신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상장사들은 회계비용 증가로 부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오 회장은 "최근 2조원 미만 기업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5년 유예하는 등 일부 완화 방안이 발표됐지만 기업 부담은 여전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회계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코스피로 이전한 카카오와 셀트리온 등을 언급하며 "미국 나스닥과는 달리 코스닥은 기업이 조금만 성장하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는 일이 반복돼 안타깝다"며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있으면 저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 하지 않아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협회는 △IR(기업설명회) 활성화 지원 △우수기업 발굴을 통한 시장 가치 제고 △지속성장 지원사업 △코스닥 CEO 네트워크 활성화 △각종 규제 완화를 위한 연구사업 전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려와는 달리 코스닥 시장은 올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 26일까지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29.5%로 러시아 MOEX(27.99%, 이하 올해 지수 상승률) 나스닥(27.41%) 닛케이(24.17%) 대만 가권(20.38%) 등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 회장은 코스닥 시장의 상승 동력을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기업은 2차전지, 로봇, 엔터, 헬스케어 등 혁신기술의 선두주자로 미래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며 "그 잠재력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개선 등으로 코스닥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한다면 지속적인 지수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오 회장은 "올해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 돌파) 가능성은 알기 어렵지만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