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케이바이오, 의료기기 흥행조짐…美시장 낭보 잇따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6.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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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흥망성쇠는 작은 선택에서 엇갈리곤 한다. 모두가 반대할 때 과감한 결정으로 백년기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곳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업이 택한 카드가 옳은지 그른지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이다. 쉽지는 않지만 기업의 변화와 주위 여건을 일정기간 지켜보면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최근 갈림길에서 투자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 엘앤케이바이오 (7,210원 ▲110 +1.55%)메드(이하 엘앤케이)인데 5월에 652만4000주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 발행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26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조달된 자금은 측방 곡선형 익스펜더블 케이지의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에 사용될 예정이다.



증자에 실망한 주주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는 유증 발표 전보다 30% 가까이 하락하는 등 혹독한 폭풍이 쏟아졌다.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달성된 시점에 나온 악재라 충격이 더 컸다. 이후 주가는 어느 정도 반등한 상태다. 엘앤케이는 2021년 발행한 CB(전환사채)가 있었는데 올해 5월부터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했다, 그러나 회사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상환했으며 나머지는 증자 후 상환할 예정이다.

엘앤케이가 증자를 하기로 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회사 성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측방 곡선형 익스펜더블케이지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또한 향후 실적개선으로 인한 주가 상승시 이미 발행한 CB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했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실제 손실은 아니지만 회계상 손실로 잡고 당기손익에도 반영해야 한다 이는 전 상장기업에 공통된 사안이다. 장부상 실적이어도 어닝쇼크는 다시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유상증자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충격을 미치지만 재무제표가 깔끔해지는 장점이 있다.

엘앤케이의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353%인데 260억원 증자가 이뤄지면 112%로 크게 개선된다. 이는 조달금리 하락, 이자보상비율 상승으로 이어져 회사의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금을 빨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B는 주가와 투자자의 생각에 따라 주식전환이 이뤄진다. 엘앤케이 역시 2021년 발행한 CB가 2022년~2026년까지 4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다. 자본금 전입이 불확실한 셈이다.

엘앤케이는 자금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줄곧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지난 2019년 라이프 스파인이 제기한 소송으로 일부 제품의 판매가 지연됐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COVID-19)로 매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라이프 스파인의 소송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지 법원이 미국시장에서 엘앤케이 일부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상태가 현재까지 이어졌다. 별도로 추진한 중국시장 진출 등 대안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최근 이지스스파인과 라이프스파인간의 대리점 계약 사항 위반 소송에서 라이프스파인이 제기한 엘앤케이 신제품인 PathLoc-TM과 엘앤케이와 엘앤케이스파인을 포함하는 소송 확대 부분은 기각됐다. 회사 관계자는 "PathLoc-TM 판매에는 지장이 없으며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며 "엘앤케이와 엘앤케이스파인은 본 소송건의 당사자가 아님이 판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본 소송건의 결과가 엘앤케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 더 주목할 부분은 어려운 가운데 엘앤케이의 R&D(연구개발)과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엘앤케이의 척추 임플란트 제품은 기본적으로 디스크 환자의 수술 시 사용되는 의료기기다. 목이나 허리 디스크 수술에서 뼈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익스펜더블 케이지'는 척추 유합술에 사용되는 핵심 임플란트다.



과거에는 건물공사 공구처럼 투박한 측면이 있었는데 현재는 세련된 명품가구처럼 정형외과 의사들의 수술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선됐다. 뼈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수술시간과 피부 절개도 줄이는 기법도 도입됐다. 수술 기자재에서는 1%만 개선돼도 큰 효과가 나타나는데 엘앤케이 제품은 기존보다 10~20%의 효율이 추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히트상품이 있었는데 수술 기자재에서는 조그만 혁신이 조단위 매출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메드트로닉은 수술용 고정축 나사못을 가변축으로 바꿔 광풍을 일으켰고 글로버스는 높이 확장형 케이지 같은 기능성 케이지를 개발해 시장을 장악했다. 존슨앤존슨은 등을 절개해서 하던 척추수술을 배를 절개해서 수술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그에 맞는 수술자재를 내놔 독점적 사업자가 됐다. 누베이시브는 존슨앤존슨에서 나아가 옆구리를 절개하는 수술을 도입했다.

엘앤케이는 이런 모든 방식의 수술 기자재를 생산하고 있으나 기존 사업자들이 도입한 방식을 따라간 탓에 시장에 혁신적인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라인업 제품이 하나 생겼다. 측방(Lateral)으로 척추수술을 할 수 있는 제품(XTP 케이지)인데 세계에서 엘앤케이가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디자인 특허와 형상학적인 모양에 대한 특허를 보유해 향후 20년간 특허권이 보호된다.



척추수술을 시작하는 부위는 환자의 장기나 신경, 부위에 따라 다르다. 집도의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배나 등이나 옆구리에서 시작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여러 장점이 있어 최근 수술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옆구리를 절개해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수술에 사용되는 기존 케이지는 사각형 형태로 제작돼 반대쪽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불안요소가 있다. 엘앤케이는 이를 2중 곡선화 하는 방식으로 불안 요소를 해결했다.

각 그랜저 형태의 사각차량은 모서리가 걸리는 부분이 많아 코너를 돌기 어렵다. 요즘 차량은 모서리가 둥근 유선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회전시 코너가 닿지 않는다. 나아가 회전반경에 맞춰 차체 자체를 반원형으로 만들면 운전이 더욱 쉽다. XTP가 이런 식으로 개발됐는데 수술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또한 엘앤케이는 XTP 개발 후 제품의 곡선 구조로 인한 신경 손상의 불안요소 해소 검증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펜더믹으로 다소 늦어지기는 했으나 최근 다시 속도를 내는 중이다. 2022년 6월을 기점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사전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호주 페닌슐라 사립병원, 홍콩 글랜이글병원, 디트로이트 코어웰병원, 애틀란타 노스사이드 병원, 강남베드로병원 등에서 2023년 4월까지 40건의 사전검증 수술을 진행해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본격적인 프로젝트는 6월부터 시작해 2025년 6월까지 미국에서 1차가 시작된다. 사용자 100명을 모집하고 5500 수술사례의 검증을 통해 XTP의 우수성을 확보하고 로열티 있는 사용자 확보를 통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을 1차로 진행하는 이유는 글로벌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며, 미국에서의 신제품 및 신기술에 대한 평가가 글로벌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이 밖에 전방(ALIF) 높이 확장형 케이지가 개발 및 FDA 승인을 마치고 2023년 6월12일 첫 출하를 시작했고 전방과 측방 보형물 접이식 고정판 신제품이 개발을 마치고 FDA 등록 진행중으로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앤케이의 전방과 측방 보형물 접이식 고정판은 특허를 보유한 제품이다. 기존에 고정판은 약 3cm 지름의 구멍을 통과해야 해서 고정판을 앞으로 세워 넣은 후 다시 세로로 세우는 불편함이 있다. 엘엔케이의 접이식 고정판은 접어서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자의 추가적인 스텝이 필요없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환자 맞춤형으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그는 이어 "엘앤케이가 시작한 글로벌 대규모 프로젝트는 위에 글로벌 메이져로 성장한 회사들이 시장에서의확실한 차별성과 특징을 가진 제품을 토대로 관문처럼 시행했던 방식으로 모두 프로젝트 성공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며 "시장에서의 확실한 차별성과 특징을 가진 XTP를 토대로 금번 프로젝트 성공시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증자는 회사와 주주들의 공동 발전을 위한 포석이 될 것"이라며 "현재 준비중인 아이템의 경우 제품 판가가 높고 수익성이 높은 것들이라 실적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에는 연결기준 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했고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118% 늘어난 77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연간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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