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들다, 지원 절실"…산자부 만나 울분 토한 시멘트업계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3.06.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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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쪼개 매년 수천억 들여 설비 개조하는 시멘트 업계
적자 수두룩, 공장 문닫는 시멘트社도
최근 시멘트 가격 인상 논란...유연탄 가격 내렸지만 "내상 여전"
질소산화물 배출량 저감에도 2조원 투자 예상..."정부 지원 절실"

전남 장성에 고려시멘트 생산 공장. 지난 13일 고려시멘트가 환경 투자 부담에 경영이 악화해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전남 장성에 고려시멘트 생산 공장. 지난 13일 고려시멘트가 환경 투자 부담에 경영이 악화해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


시멘트 업계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를 만나 '환경 설비 투자' 부담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매출도 크지 않는데 정부가 짜놓은 탄소 중립 로드맵에 맞추려 매년 수천억원씩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일부 업체는 적자를 내고 공장 문을 닫은 업체까지 있다.

27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지난 23일 시멘트 업체 7곳과 간담회를 열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이 공식 주제는 아니었지만 대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업계 분들이 '매우 힘들다'고 많이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는 올해 친환경 투자, 에너지 절약 투자에 1조7745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업계 매출의 3분의 1에 수준이고, 순익(3034억원)의 5.8배에 달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투자하는 금액은 2조315억원이다. 한해 업계 매출(5조원)의 약 40%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 때문이다. 정부는 2050년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간 목표로 2030년 배출량은 2018년보다 40% 줄이기로 했다.



시멘트 생산설비 쾰른은 유연탄을 연료로 쓴다. 탄소 배출량이 많아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연료로 쓸 수 있게 쾰른들을 개조하고 있다. 그 비용이 수백억원 드는데, 정부의 탄소 배출량 저감 목표에 맞추려면 추가 비용을 들여 2차, 3차 개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는 앞으로 최소 3조원은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시멘트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산업은 아니다. 지난해는 3%였고, 올 1분기는 매출 1조3000억원에 영업이익을 300억원 냈다.

고려시멘트는 수년간 환경 투자를 한 부담이 누적돼 지난 13일 전남 장성 공장을 폐쇄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공장이었다. 폐쇄 결정 후 현재는 노동조합과 고용승계 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지난해 적자를 냈다.
지난 4월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에 환경 개조 중인 예열기. 중간 높이 쯤 밝은 회색 파이로터, 꼭대기에 파이로클론이 설치됐다. 파이로터는 예열기 연료인 순환자원의 연소 시간을 늘려 완전연소하도록 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파이로클론은 순환자원의 완전연소를 돕는 설비다. /사진=김성진 기자.지난 4월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에 환경 개조 중인 예열기. 중간 높이 쯤 밝은 회색 파이로터, 꼭대기에 파이로클론이 설치됐다. 파이로터는 예열기 연료인 순환자원의 연소 시간을 늘려 완전연소하도록 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파이로클론은 순환자원의 완전연소를 돕는 설비다. /사진=김성진 기자.
시멘트 업계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저감에도 2조원 가까이 설비 투자를 추가로 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려면 촉매가 필요한데, 정부는 발전소가 쓰는 SCR(선택적촉매환원 설비)를 도입하라고 권고한다. 업계는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SCR은 한대당 설치에만 300억원 가까이 든다. 시멘트 업계가 가진 퀼른 35대당 한대씩, 총 1조 넘게 투자해야 한다. 또 촉매가 제역할을 하려면 일정 온도로 덥혀야 하는데 이때 청정연료인 LPG, LNG를 연료로 써야 한다. 그 비용 때문에 한해 운영비만 한대당 250억원 넘게 들 것으로 추산된다.

SCR은 시멘트를 친환경적으로 운용한다는 유럽에서도 도입률이 10%가 안 되는 설비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독일도 초기 설치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지만, 재설치는 비용 지원이 없다. SCR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설치에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여서 재설치가 빈번하다. 한국은 아직 정부가 SCR 설치를 지원하지 않는다. 산자부는 간담회에서 '신성장 원천기술 지원 제도'로 지원이 가능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말 힘들다, 지원 절실"…산자부 만나 울분 토한 시멘트업계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오는 7월1일부터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레미콘 제조사들에 통보했다. 쌍용C&E는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14.1% 올려 11만9600원에, 성신양회는 14.3% 인상해 12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시멘트 업계는 최근 2년 동안 가격을 네 차례 올랐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2021년 6월 약 5%, 지난해 2월과 9월 각각 18%, 15%씩 인상했다.

시멘트를 구매하는 레미콘 업계, 건설업계는 시멘트 생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1톤당 400달러를 웃돌다가 올들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가격을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건설사 구매 담당자들이 모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쌍용C&E, 성신양회에 가격을 1톤당 7만8000원으로 낮추라는 공문을 보냈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유연탄 가격이 2배 가까이 뛸 때 가격 인상 분을 시멘트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시멘트 업계는 호주산 뉴캐슬 유연탄(6000kcal)을 주로 쓰는데, 해당 유연탄 가격은 2022년 1월 톤당 225달러에서 지난해 9월 434달러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시멘트 업계는 당시 유연탄 1톤당 135달러로 책정해 가격을 인상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부득이 분양가도 오를 것이라 경고한다. 시멘트 가격이 14% 오를 때 1평당 추가되는 건설비용을 시멘트 업계는 9300원, 건설업계는 1만7300원으로 계산한다. 어느 쪽이든 전국 30평형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4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0.51%~0.1% 수준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가격을 한 차례도 올리지 않은 동안에도 분양가는 크게 올랐는데, 이제 와서 시멘트 가격 때문에 분양가가 오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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