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저출산 극복, 청년도약계좌 흥행처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3.06.2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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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의 목돈 마련을 돕는 만기 5년짜리 청년도약계좌가 기대 이상의 흥행 가도에 진입했다.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가입 신청자가 76만명을 넘었다. 정부가 추정한 가입자수(약 300만명)의 4분의1이 초기에 몰린 것이다. 청년층의 관심과 대기 수요를 감안하면 성공적으로 이행된 대선 공약이자 은행의 사회공헌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를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인정해 사회공헌 공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입자가 많아질 수록 이자 손실이 커지는 은행들 입장에선 위안거리로 삼을 만한 일이다.

청년도약계좌만큼의 임팩트나 주목도는 없지만 금융회사들이 미래세대를 위해 자발성과 진정성을 갖고 부쩍 공을 들이는 사회공헌 사업이 있다. 저출산·고령화·인구절벽 해결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얘기다. 합계출산율(0.78명) 세계 최저인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소환한 사회적 재난이다. 2050년 한국경제가 세계 15위권으로 떨어질 것이란 골드만삭스의 섬뜩한 경고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저출산과 인구 절벽은 금융회사에도 생존의 문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에 다양한 경로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다. 은행의 기본 업무인 예금과 대출 잠재고객이 줄어 영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디지털·비대면 트렌드와 맞물려 금융상품과 영업망의 재구성·재배치도 불가피하다. 저출산·고령화 쓰나미를 우리보다 먼저 맞은 일본은 '지방 소멸'의 현실화로 지방은행의 몰락을 이미 경험했다.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이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꾸준히 모색하는 배경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 5년간 전국에 2265개의 국공립 병설유치원과 초등돌봄교실을 신설하고 증설했다. 하나금융그룹도 2018년부터 저출산 극복과 지역아동 돌봄 지원을 위해 전국에 75개 어린이집을 새로 지었다. 내년 상반기면 100호 어린이집을 완공한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돌봄활동을 지원하는 '신한 꿈도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48개를 개소했고 연말까지 200개소를 설치한다. 한 금융그룹 ESG 담당 임원은 "저출산과 육아 문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현안"이라며 "그룹 경영진의 지원 의지가 어떤 ESG 활동보다도 강하다.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지원을 계속 하려고 한다"고 했다.



저출산과 인구 절벽은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론 결코 막을 수 없다.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전략과 종합적인 처방전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출산·육아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노력과 역할 없이는 저출산의 꼬인 매듭을 풀어내기 어렵다. 인구절벽 해소를 위한 대형 금융그룹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사회책임 활동이 그래서 무척 반갑다. 일부 대형 금융그룹의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가 청년도약계좌 흥행 사례처럼 금융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길 기대한다.

[우보세]저출산 극복, 청년도약계좌 흥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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