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고 싶은데…"외로운 건 싫어" 1인가구 몰려가 사는 곳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이소은 기자, 제주=김평화 기자 2023.06.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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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따로 또 같이' 1인가구 新주거문화-1회(종합)

편집자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수억원씩 요동친다. 빌라 전세를 계약하려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을지 전세사기를 걱정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져 월세부담도 높아졌다. 모든 주거유형이 불안한 상태, 대안이 필요하다. 10가구 중 4가구는 혼자 사는 세대, 출산율은 0점대로 떨어졌고 국민들의 평균 나이는 매년 높아진다.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 공간을 지키면서도 공유할 수 있는 건 공유하고 함께 활동하며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있다. 단순히 먹고 자는 '집'을 넘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 대안 주거문화를 제시한다.

"방해받기 싫어, 근데 외로워요"…이런 사람들 '여기'로 몰린다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 서초 393의 2층 공용 라운지. 평일 오후 시간이었는데 흔들 의자에 앉아 쉬거나 긴 테이블바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 서초 393의 2층 공용 라운지. 평일 오후 시간이었는데 흔들 의자에 앉아 쉬거나 긴 테이블바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요리사인 30대 A씨는 직장과 가까운 코리빙하우스에 거주한다. 공유주방에서 요리 강의도 하고 직접 요리를 해서 입주자들과 함께 먹는다. 개인 사업을 하는 그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입주민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과는 사업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도 이야기한다. 텐트와 화로가 있어서 와인 한잔 하기 좋은 루프탑은 그의 최애 장소 중의 하나다.

#대학강사인 30대 C씨는 일에 더욱 몰두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다른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공간에서 더욱 능률이 올라간다는 그가 찾은 곳은 코리빙을 적용한 워케이션 시설. 근무시간엔 1층에 마련된 워크라운지로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엔 함께 머무는 투숙객들과 주변 바닷가를 산책을 하거나 저녁을 먹는다. 방해 받기 싫지만 외롭고 싶지도 않았던 그에게 안성맞춤인 일상이다.



#50대인 B씨는 인생 2막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1인 가구 1000만 시대를 앞두고 다양한 주거형태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 받는 것이 코리빙(CoLiving)하우스다. 함께, 또 따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쉐어하우스가 개인공간이 있고 주방과 거실 등 필수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라면, 코리빙하우스는 그 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카페, 운동 공간, 테라스, 미팅룸, 루프탑 등 다양한 특별 공유공간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716만6000가구)를 차지한다.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인 젊은 층이 19.8%로 가장 높지만, 70세 이상이 18.1%, 30대도 17.1%를 각각 차지해 전 연령층이 골고루 분포해 있다. 이 숫자는 점점 높아져 2030에는 35.6%, 2050년에는 39.6%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즉 10가구 중 4가구는 1인가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코리빙하우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혼자는 싫지만, 그렇다고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는 1인 가구의 마음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가 서울, 강원도 고성, 제주 등 전국 코리빙하우스의 입주민을 만나 본 결과 1인 가구도 혼자가 아닌 느낌이 필요했다. 입주민들은 "같이 살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교류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공통으로 말했다.

즉 개인공간이 별도로 있지만 같이 식사하거나 모임을 하거나 업무를 하거나, 누군가와의 '느슨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코리빙하우스의 장점으로 꼽았다. 안전이 보장되고 편한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적당히 누군가와의 교류가 가능한 거주 형태라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컸다. 한국의 에피소드, 영국의 그래비티 코리빙, 일본의 셰어 하우스 180, 스페인의 코임팩트 코리빙, 호주의 캠퍼스 퍼스, 독일의 포하 하우스 등 7개국의 7개 코리빙사가 가입해있는 WCM이 지난해 8월 5개국 총 462명의 코리빙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리빙 생활 중 가장 얻고 싶은 1위는 바로 '새로운 경험'(78.8%)이었다.

이어 소셜 네트워킹의 확대(58.9%), 비용절감효과(57.6%) 순으로 나타났다. 비용을 아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취미 활동,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 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의미다. 공용 공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라운지, 루프탑 등 휴식공간과 공용 업무 공간이었다.

건설사별로 아파트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물리적인 건물 안에 들어갈 콘텐츠인 '주거 브랜드'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시대를 겪으면서 코리빙을 접목한 워케이션(일+휴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는데 공급이 부족해 관련 시장도 커질 수 있다. 코리빙하우스는 주거, 일, 놀이, 복합 네트워크가 어우러져 있는 데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마저 낮아진다면 1인가구 증가와 함께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리빙하우스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운영·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운영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운영·관리 없이 입주민 자발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가능하고 관리의 전문성을 갖춘 대기업의 코리빙하우스 시장이 진출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르포]살며, 일하며, 어울리며…재도약 꿈꾸는 제주 스위스마을
제주 조천읍 스위스마을 전경/사진=김평화 기자제주 조천읍 스위스마을 전경/사진=김평화 기자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차로 30분 정도(약 20km) 이동하다보면 '스위스 마을'을 안내하는 작은 표지판이 나온다. 마을에 진입하면 곧바로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알록달록 4가지 색으로 칠해진 3층 주택 66채가 모여있는 제주 조천읍 와산리 제주스위스마을이다. 지난 13~14일 이 마을을 방문했다.

단지 곳곳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한 카페 테라스 테이블에는 함덕해수욕장 너머 수평선에 걸린 감귤빛 석양이 드리웠다. 스위스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은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돌며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남겼다.

제주 중산간 약 2만㎡ 면적의 '스위스마을'은 관광특화 타운형 코리빙하우스로 자리잡았다. 감귤밭만 늘어섰던 와산리에 변화가 생긴건 지난 2016년. 스위스마을 1·2단지가 차례로 들어섰고 이후 3·4단지까지 입주하며 현재 모습이 완성됐다.

분양받은 입주민 대부분은 1층은 상가로, 2층은 민박 등 숙박시설로, 3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한다. 주거와 수익활동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셈이다. 관광지이다보니 주로 카페와 잡화점, 옷가게 등이 입점했다.

제주 조천읍 스위스마을 전경/사진=김평화 기자제주 조천읍 스위스마을 전경/사진=김평화 기자
이 마을은 은퇴자들이 퇴직 후 마음 편히 주거와 경제활동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100세 시대'를 마주한 은퇴자들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해 태어났다. 은퇴 후 할일을 찾고 돈도 벌며 거주까지 해결하는 '1석3조'를 기대했다. 마을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현재 거주중인 강경래 스위스마을 기획총괄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존엄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할 일'과 '친구', '취미'를 찾는 마을을 만들었다"며 "이주민과 제주 원주민, 관광객이 즐겁게 어울리고 소통하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취지에 맞춰 '살며, 일하며, 어울리며' 살아가는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스위스마을에서 초콜렛 가게를 운영중인 윤은자씨(58)는 해양경찰공무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제주도에서 2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의 여유로운 삶이 만족스러워 스위스마을 건물을 분양받고 산 지 5년째다. 윤씨는 "제주의 여유로운 삶이 만족스러워 퇴직후의 삶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설계했다"며 "아름다운 마을에서 즐기면서 하는 소일거리가 있고 적당한 수익도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마을 초기에는 관광객들이 몰리며 전성기를 맞았다. '인스타그래머블(SNS에 올릴만큼 사진찍기 좋은)' 사진명소로 알려지면서 하루에도 관광버스가 수십대씩 이 마을을 찾았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제주의 장점인 '자연'을 살리며 이웃과의 '어울림'을 중시하는 컨셉이 통했다. 이 마을 집들은 제주를 상징하는 빨강(동백), 주황(감귤), 노랑(유채), 초록(허브) 등 네가지 색의 옷을 입었다. 이런 건물들이 모여있다는 자체로 관광지가 됐다. 이 마을은 제주도 관광 안내 사이트인 '비짓제주'에 등록된 관광마을이다. 함덕해수욕장과 동백동산, 에코랜드, 사려니숲 등 관광명소와 인접한 지리적 강점도 힘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여파 등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점차 뜸해졌다. '어울림' 측면에서도 삐걱이기 시작했다. 단순 투자목적으로 스위스마을 건물을 매입해 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마을에 오지 않았다. 이에 시설 일부를 민박으로 활용하려했는데 법적 문제가 생겼다. 농촌정비법에 따르면 민박사업자는 해당 건물에 직접 거주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민박과 상점이 영업을 멈추면서 스위스마을은 북적이던 전성기를 뒤로하게 됐다. 강 본부장은 "더 즐거운 인생 2막을 꿈꾼다면 직접 이주해 사는 편이 낫다"고 했다.

스위스마을은 재도약을 위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말부터 매주 일요일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앤틱 경매장터도 열린다.

스위스마을 안내 표지판과 플리마켓 안내 현수막./사진=김평화 기자스위스마을 안내 표지판과 플리마켓 안내 현수막./사진=김평화 기자
매주 일요일 오후 5시간 동안 열리는 플리마켓은 스위스마을 주민과 투숙객, 이웃마을에서 온 제주도민, 관광객들이 모이는 '장'이 됐다. 7주째 이어진 행사에 매주 300명 이상의 주민·관광객이 찾았다. 스위스마을 상가와 외부 판매자들을 합쳐 40여개 상점이 판매자로 참여한다.

사람들이 어울려 천막을 치고 버스킹을 하며 어울린다. 차주들은 단지 내 모든 도로를 안전을 위해 양보한다. 플리마켓이 열릴 때마다 '자발적 차없는거리'가 된다. 지역 농산물과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장터가 펼쳐지고 각종 강연도 열린다. 그림그리기, 매듭팔찌 만들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행사도 있다. 코리빙하우스의 핵심인 커뮤니티 기능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강 본부장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플리마켓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을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마을 단지 내 카페/사진=김평화 기자스위스마을 단지 내 카페/사진=김평화 기자
통창 너머 '탁 트인' 제주 뷰…"노는 게 아니고 일하는 중입니다"
제주도 공유 오피스 겸 스테이 오피스제주제주도 공유 오피스 겸 스테이 오피스제주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차로 20분쯤 거리. '육지'에서 온 젊은이들이 모여 '열일'하는 공간이 있다. 시원하게 뚫린 통창으로는 조천항 주변 평화로운 마을이 보인다. 높은건물이 없어 제주도 북쪽 바다가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천장도 높아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제주도에 기반을 둔 공유오피스·스테이 스타트업 오피스(O-PEACE)는 도시근로자가 평화롭게 일할 수 있는 '휴양지 오피스'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제주에서도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을 찾았다. 시끌벅적한 파티나 요란한 관광명소가 없는, 마음 편하게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스테이오피스' 두 곳(조천점·사계점)을 운영중이다. 지난 14일 방문한 오피스제주 조천점은 "네가 일할 때 평화롭길 바라"라는 이 회사의 모토가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일하면서 쉬는 '워케이션' 문화가 제주와 동해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몇몇 대기업들도 복지의 일환으로 직원들을 '휴가지'로 보낸다. "바다를 보며 작업에 집중하기 좋은 최적의 공간이에요. 화상회의 등 업무에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춰져 있어요". 한 이용객의 말이다.

공유 오피스 건물과 숙소가 분리돼 있다. 이용객들은 짧게는 일주일 이내, 길게는 한 달 이상까지 머물면서 공유 오피스를 이용한다. 박성은 오피스 대표(CEO)는 "숙박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각자 회사에 속해있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출근한것처럼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고 업무시간이 끝나면 자유를 즐긴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여가시간에는 요가, 제주오름 등반, 사운드워킹(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트래킹하는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다. 박 대표는 "서핑 등 격렬한 액티비티는 지양하고 일할 때도 쉴 때도 평화롭고 차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며 "바베큐 파티보다는 '불멍'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제주도 공유 오피스 겸 스테이 오피스제주제주도 공유 오피스 겸 스테이 오피스제주
박 대표는 제주에 오기 전 서울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했다. '번아웃'이 와 그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주 이민'을 결정했다. 제주에 온 지 3년만인 지난 2019년 이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공유오피스였다. 숙박까지 추가한 이유는 '니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주에선 뭘 하든 숙박이 같이 있으면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건물을 임대해 직장인들이 단체로 찾아 일도 하고 워크숍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사계점은 건축사 경험을 살려 오래된 호텔을 직접 리모델링했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랑 일이 더 빨리 잘되고 스트레스가 확실히 덜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소규모로 팀별로 3~4명씩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개발자와 프로그래머, 작가 등 다양한 직군이 모인다. 함께 운동하고 식사하며 자발적 커뮤니티가 생성되고 정보교류의 장 역할까지 생겼다.

에어비앤비 리포트에 따르면 여행자의 여행자의 19%가 원격으로 일하면서 여행한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한달살기 등 장기숙박과 '리모트 워크'가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여전히 기업들은 워케이션을 복지로 활용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퍼시스 등 굴지의 기업 직원들이 이곳을 찾는다. 디캠프와 아산나눔재단 등 스타트업 지원기관들도 이곳에 머물 비용을 지원해준다. 계열 리조트와 연수원이 있지만 '미래 업무 방식'을 실험하기 위해 오피스 제주를 이용하는 기업도 있다.

박 대표는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내는 곳과 대비되는 공간에 만들길 원했다"며 "제주 안에서도 더 시골같은 한적한 곳으로 도시로부터 고립되면서 피곤함을 떨쳐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피스는 2019년 11월 오피스제주 조천점(공유오피스)를 열고, 2020년 1월에는 오피스스테이를 시작하며 점차 숙소를 늘려갔다. 2011년 말에는 한국관광고사 우수관광벤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2년 초 장기숙박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에는 2호점인 오피스제주 사계점을 열었다. 지난 5월에는 제주관광공사 선정 J-스타트업 1위로 선정됐다.

제주도 공유 오피스 겸 스테이 오피스제주제주도 공유 오피스 겸 스테이 오피스제주
[르포]서울과 시카고 오가며 사업…코리빙하우스 택한 이유
서울 강남구 서초동 코리빙하우스인 에피소드 강남 262 루프탑. 자유롭게 공연, 파티 등이 열린다. /사진=배규민 기자 서울 강남구 서초동 코리빙하우스인 에피소드 강남 262 루프탑. 자유롭게 공연, 파티 등이 열린다. /사진=배규민 기자
지난 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서초동 에피소드 강남 262(이하 에피소드 강남).SK디앤디 (11,870원 ▼50 -0.42%)가 운영 중인 코리빙하우스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사이에 있는 뱅뱅사거리에 위치한다. 2021년 11월에 문을 연 이곳은 101가구가 살 수 있고 건물 내에 은행, 공유 오피스, 커뮤니티룸, 컨퍼런스 룸 등이 있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컨퍼런스룸에서 만난 프리실라 박은 입주민이면서 3층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에픽 아카데믹스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에피소드 강남이 오픈할 때 입주해 현재 1년 이상 머무르고 있다. 프리실라 박 대표는 "미국 시카고에서 미국 명문대학 입학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지점을 내려고 알아보다 적격인 곳을 찾았다"고 했다.

에피소드 강남 262에 있는 공유 오피스 전경/사진=배규민 기자 에피소드 강남 262에 있는 공유 오피스 전경/사진=배규민 기자
그는 한국 학생들과 학부모 상담을 공유 오피스에서 진행하고 독립된 공간인 큐브를 빌려 일대일 강의도 한다. 지하에 있는 컨퍼러스룸을 대여해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거주와 일이 한 건물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는 비용적으로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외부에 별도 사무실을 구하고 이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드는 데 입주민들은 코리빙하우스의 유상 공간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와 서울에서 각각 6주씩 머무르면서 사업을 하는 그는 "가구를 사고 처분하는 것도 엄청난 수고가 드는데 마음에 드는 가구를 원하는 기간만큼 이용할 수 있는 가구 렌탈 서비스와 청소 서비스가 마음에 무척 든다"고 했다.

에피소드는 한 달에 한 번 청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추가로 원할 경우 1만~2만원에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다. 앱 하나로 집에 있는 가전 등을 원격 조정이 가능해 미국에서도 손쉽게 집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여가에는 일대일 운동과 와인클래스 등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파티룸이 예뻐서 친구들을 불러 많이 활용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일과 주거, 여가를 동시에 즐기고 있죠."

에피소드 서초 393 지하에 세대 창고. 주차장과 연결 돼 있어 물건을 넣고 빼기에 편리하다./사진=배규민 기자 에피소드 서초 393 지하에 세대 창고. 주차장과 연결 돼 있어 물건을 넣고 빼기에 편리하다./사진=배규민 기자
실제로 에피소드의 커뮤니티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입주민이 된 사례도 있다. 에피소드 강남 인근 아파트 단지가 본가인 A씨 스크린골프 시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에피소드 강남에 머물게 된 경우다. 에피소드에 사는 입주민을 '엣피'라고 하는데 엣피가 되면 서울에 있는 6곳의 에피소드 커뮤니티를 사용할 수 있고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참여가 가능하다.

에피소드 강남이 일과 주거의 완벽한 조화라면 걸어서 3분 거리에 에피소드 서초 393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웰니스 콘셉에 맞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함께 휴식과 운동, 미식 생활이 가능한 전문적인 조리 시설과 다이닝룸이 있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룸과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에피소드 서초 393에 있는 반려동물 전용 공간/사진=배규민 기자 에피소드 서초 393에 있는 반려동물 전용 공간/사진=배규민 기자
SK디앤디는 서울에 서초, 강남, 신촌, 수유, 성수 등 총 6곳의 지점을 운영 중인데 지점마다 특색이 있다. 월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룸의 사이즈, 보증금 설정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50만원 중반대부터 4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보증금도 5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거주기간과 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60대 부부가 입주해 각각 별도의 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2030에 해당하는 MZ세대의 비중이 77%로 주를 이뤘다. 직업은 대학생부터 일반 직장인, CEO, 프리랜서 등 다양하고 지점마다 차이가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피소드의 가장 큰 특징은 앱을 통한 편리한 주거시설 이용과 프로그램이다. 매월 정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입주민들을 위한 파티, 마켓 등이 수시로 열린다. 주거 건물에 운동 공간과 시설이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제휴를 통해 비용도 외부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지인을 초청해 영화를 보고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 등은 입주민이면 예약을 통해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하고, 안마의자, 카페, 루프탑 등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갖춰져있다.

입주민들은 코리빙하우스의 장점에 대해 "혼자 살아도 전혀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곳이라 쉽게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라운지에 모여 서로 다른 취향과 정보를 나누는 '공유'와 '교류'를 할 수 있는 것도 코리빙하우스의 특징으로 꼽았다. "60대 입주민이 있는데요. 커뮤니티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코리빙하우스를 제대로 이용하고 계시죠." 지점 매니저의 이야기다. 냉장보관까지 가능한 별도의 택배물 보관 공간과 큰 짐이나 취미 용품을 넣어둘 수 있는 개별 창고도 1인 가구가 열광하는 부분이다.

에피소드 강남 262 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사진=배규민 기자 에피소드 강남 262 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사진=배규민 기자
KT·코람코·SK·야놀자…MZ세대가 원하는 주거 시장 공략
혼자 살고 싶은데…"외로운 건 싫어" 1인가구 몰려가 사는 곳
기업들이 코리빙하우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향후 주력이 될 MZ세대의 주거에 대한 생각 변화에 맞춰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자회사인 코람코에너지리츠가 보유한 안국역 앞 '현대오일뱅크 재동주유소' 부지를 코리빙하우스로 개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 함께 코리빙하우스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운용할 회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사업 대상지인 재동주유소는 경복궁과 덕수궁, 운현궁 등이 연결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코리빙하우스는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약 3700㎡ 규모로 고층 실내와 루프탑 정원에서 '궁 뷰'를 누릴 수 있고 카페와 라운지, 영화관, 이벤트룸, 트레이닝룸, 루프탑 정원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한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와 맞닿아 있어 중심상업지구에서 근무하는 MZ세대 직장인들이 주 수요층이 될 전망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개발하는 코리빙하우스가 들어설 안국역 앞 재동주유소 부지/사진제공=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이 개발하는 코리빙하우스가 들어설 안국역 앞 재동주유소 부지/사진제공=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은 이곳 외에도 서울 핵심 위치에 있는 주유소 부지에 코리빙하우스를 짓기 위해 대상지 두 곳을 선정한 상태다. 코람코자사신탁이 코리빙하우스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배경은 향후 이 시장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코람코자신신탁 관계자는 "원하는 코리빙하우스에 입소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면서 "비용을 내더라도 문화와 생활의 편의성을 충분히 즐기겠다는 것이 젊은 세대가 원하는 주거 형태"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상당히 주목받는 신시장으로 이제 막 시작된 국내에서 초반에 진입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계열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은 SK디앤디 (11,870원 ▼50 -0.42%)다. 이미 서울 핵심 위치에 총 6개의 지점, 3800가구를 운영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 용산 하이브 신사옥 인근에 7번째 지점 오픈을 위해 준비 중이다. SK디앤디는 지점 운용 뿐 아니라 코리빙하우스 솔루션 서비스를 전체 5만 가구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야놀자클라우드와 합작법인 '커넥트파이 클라우드'를 설립했는데 이를 통해 이사, 청소 등 주거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고 서비스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34,500원 ▲400 +1.17%)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도 야놀자클라우드와 손잡고 코리빙하우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KT에스테이트와 야놀자클라우드의 합작법인인 '트러스테이'는 올해 코리빙하우스 'hevy'(헤이) 군자점, 미아점, 신정점을 연이어 오픈했다. KT에스테이트 보유 부지에 코리빙하우스를 짓고 저층부와 유휴 공간에 무인 오피스, 무인 상점, 공용 라운지 등 편의시설을 갖춘게 특징이다. 야놀자클라우드는 플랫폼 하나로 집의 기기를 모두 조절하는 등 코리빙하우스에 들어가는 솔루션을 담당한다. 앞으로도 KT에스테이트 유휴 부지를 활용해 지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코리빙하우스 사업을 10년 이상 진행해온 한 전문가는 "올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임대형 기숙사'가 신설되면서 새로운 주거 수요를 정부가 인정한 셈"이라면서 "향후 사업성은 더 좋아지고 기존의 원룸, 오피스텔 등이 '임대형 기숙사'라는 공유 주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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