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출, 中은 감소하는데 이나라는 100% 증가"…K소비재 뜬다

머니투데이 알마티(카자흐스탄)·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광범 기자 2023.07.04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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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차이나 시대]3-③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를 뒤쫒아 기술적 진보를 토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패권 경쟁과 전쟁으로 국제 무역의 흐름이 바뀌었다. 제 1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기술 경쟁국이 됐고 각국은 경제·자원·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자원, 인력, 소득, 기술력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개척 가능한 신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지난 1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위치한 쇼핑몰 '포럼'에서 개최된 'K-라이프 스타일 in CIS' 개막식에서 정외영 코트라 혁신성장본부장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사진=박광범 기자지난 1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위치한 쇼핑몰 '포럼'에서 개최된 'K-라이프 스타일 in CIS' 개막식에서 정외영 코트라 혁신성장본부장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사진=박광범 기자


# 6월10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 위치한 쇼핑몰 '포럼'(FORUM)'은 청소년들로 꽉 찼다. 이들은 한 곳을 응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주최한 '2023 K-라이프 스타일 in CIS(독립국가연합)' 개막식.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과 영화, 드라마 등 한류(韓流) 붐을 활용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소비재 상품 수출을 늘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카자흐스탄 현지의 한류 분위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날 행사장에선 K-POP 댄스 경연대회도 열렸는데 쇼핑몰 4층까지 사람들로 가득찼다. 몰린 인파만 2000명이 넘었다. 행사장 한켠에서 진행된 서울여자대학교의 유학 설명회엔 이날 하루에만 200여명의 카자흐스탄 학생들이 찾았다.



코트라가 올해 K-라이프 스타일 행사 개최지로 카자흐스탄을 점찍은 배경이다. 코트라는 올해 1월부터 참여기업 선정 및 샘플 제품 통관 등 준비를 통해 약 300개사의 소비재 제품을 판촉전에 내놨다. 특히 온·오프라인 상담회도 열어 수출희망기업들이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시아 지역 400여 바이어 회사를 만나도록 지원했다.

"화장품 수출, 中은 감소하는데 이나라는 100% 증가"…K소비재 뜬다
정외영 코트라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앙아시아 국가들, 특히 카자흐스탄은 제조기반이 부족해 기본적인 물품까지 수입에 의존해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매년 인구가 20만명 이상씩 늘어나는 등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기업들이 사업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란 평가다. 세계은행이 세계 19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업환경평가 '두잉 비즈니스(Doing Business)' 보고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평가대상 국가 중 25위를 기록했다.

구매력도 높다. 카자흐스탄은 1인당 구매력 평가지수를 기반으로 계산한 GDP(PPP)가 지난해 기준 3만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유망 소비재 분야로는 화장품이 꼽힌다. 지난 4월 기준 화장품의 카자흐스탄 수출액 238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9%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초화장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한 중국과 대비된다.


정 본부장은 "카자흐스탄은 고려인이 11만명 가량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중 성공한 기업인들이 많아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국산 자동차, 휴대전화 등이 우리 수출품과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산 제품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바탕으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외영 코트라 혁신성장본부장/사진=박광범 기자정외영 코트라 혁신성장본부장/사진=박광범 기자
우즈베키스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은 초저출산 문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최근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출생아수가 68만1800명으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19만3000명)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만큼 유아 식품, 의류 등 육아용품 시장 전망이 밝다.

하지만 자국 제품 제조기반이 부족하다. 유아식, 유아 의류 등 육아 용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특히 분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우즈베키스탄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분유 등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분유 브랜드 '압타밀'로 유명한 '뉴트리시아'와 러시아의 식음료업체 '윔빌댄'의 유아식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실용적이고 안전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이런 제품을 우즈베키스탄에 잘 소개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상민 타슈켄트 무역관장은 "온라인 쇼핑몰 UZUM에서 연락이 와 더 많은 한국 소비재 상품 입점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주로 화장품 등 미용 관련 분야 한국 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우즈베키스탄이 이중내륙국(내륙국가들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란 점은 수출 기업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물류 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값싼 인건비와 젊은 인구 구조를 고려해 현지에 생산시설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우 관장은 "우즈베키스탄에 생산시설을 두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현지 생산시설을 우즈베키스탄을 넘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한 대형마트에 수입 분유, 기저귀 등이 매대에 놓여 있다./사진=박광범 기자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한 대형마트에 수입 분유, 기저귀 등이 매대에 놓여 있다./사진=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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