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킥보드 탔는데…누구는 범칙금만, 누구는 면허 취소?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3.06.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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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술을 마시고 전동 킥보드를 타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각기 다른 판단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형 이동 장치 관련 도로교통법 규정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합의1부(부장판사 김성희)는 버스운전기사인 A씨가 "면허 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A씨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10월 강원 홍천의 한 도로 1.4㎞ 구간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 킥보드를 운전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이유로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가 보유한 1종 대형·1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가 경찰 처분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면허 취소 처분은 110일 정지 처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A씨는 이 사건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게 됐고 생계유지에 타격을 입어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무면허 음주 상태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를 무면허·음주상태로 운전하는 행위는 범칙금 대상이 되는 반면 운전면허 보유자가 음주 적발시 면허 취소·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형차량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개인형 이동장치의 위험성이 다름에도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에 대한 제재처분에 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의 규정을 적용해 모든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해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 행위를 자동차, 오토바이 등과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밝혔다.


반면 청주지법은 지난 4월 정반대의 판결을 냈다. B씨는 청주시 상당구 한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다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B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117%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B씨는 음주 후 전동 킥보드 운전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가 없었다며 면허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주지법은 개인형 이동장치가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은 법률 무지에 불과하고 B씨의 개인 사정보다 음주운전을 방지해야 할 공익이나 공공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현장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킥보드 음주운전과 관련, 운전면허 소지 여부에 따라 처분에 편차가 있다.

전동 킥보드도 자동차와 같은 교통 법규가 적용되기 때문에 운전면허 소지자가 음주 운전을 하면 범칙금 10만원과 음주 수치에 따라 최대 면허 취소가 적용된다. 반면 면허 소지자가 아니라면 범칙금만 부과된다.



이와 관련해 A씨 재판을 맡은 재판부도 "개인형 이동 장치 음주운전의 경우 도로교통법 규정과 조화롭게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동킥보드 법규 위반 건수는 모두 13만6000건이었다. 유형별로 안전모 미착용이 10만6451건으로 가장 많았고 무면허 운전이 1만3809건, 음주운전 5753건 등 순이었다.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 1735건으로 매년 약 2배씩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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