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창당은 없다"...정당 하나 만들려면 얼마 들까?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차현아 기자 2023.06.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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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중도 정당의 꿈②

편집자주 총선을 앞두고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각각 신당을 띄운다. 모두 '제3지대'에 해당하는 중도정당을 지향한다. 좌우 정치양극화와 거대양당의 권력투쟁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복안이다. 모두가 염원하지만 정작 성공하긴 어려운 중도정당. 과연 이번엔 다를까.

"세상에 공짜 창당은 없다"...정당 하나 만들려면 얼마 들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신당 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부터 2030세대 정치 신인까지 대안정치를 표방하며 제3지대로 몰려들고 있다. 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새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지역 별로 수천 명의 당원을 모아야 하는 등 각종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게는 수십 억원의 비용, 막대한 시간과 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창당에 뛰어든 이들 중 실제 창당까지 성공하는 이들 절반에도 못 미치는 건 그래서다.

신당 창당의 첫 단계는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 설립이다. 이를 위해선 중앙당 발기인대회부터 열어야 한다. 200명 이상이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해 취지, 명칭 등을 정하고 대표자 등을 선임해야 한다. 이후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결성 신고를 하면 첫 단계는 끝난다.



두 번째 단계는 시·도당 창당이다. 현행법상 최소 5개 시·도당 창당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각 시·도당의 법정 당원수는 1000명 이상이어야 한다. 각 시·도당은 100명 이상이 발기인 대회를 개최해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한 뒤 관할 시·도 선관위에 등록하면 된다.

지역별로 100명 이상을 모으는 게 이름이 낯선 신생 정당 입장에선 가장 까다로운 과정으로 꼽힌다. 한 정당 관계자는 "이름도 모르는 정당에 가입해달라고 하면 뭐 팔러 온 사람이나, 이상한 사기꾼처럼 취급받기 십상"이라며 "1만 명 정도 만나면 100명 정도 모이는 수준"이라고 했다.



창당 마지막 단계는 중앙당 창당 등록이다. 새 정당의 중앙당은 창당대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대회 5일 전까지 일간지에 집회 개최를 광고로 홍보해야 한다. 창당대회에서는 정당의 정식 명칭과 강령·당헌·당규를 만들고 대표자 등을 선임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신생 정당은 중앙선관위에 정식 정당으로서 등록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창당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창당을 준비하던 그룹은 100여 개에 달했지만 실제 창당에 성공한 경우는 40여 곳에 불과했다.

창당에 총 비용은 얼마나 들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창당 경험이 있는 정치인, 정당인들을 취재한 결과 창당에 가장 적게 든 경우는 1억원 미만이었다. 물론 현장을 뛰어다니며 당을 홍보하고 당원을 모으기 위한 유무형의 노력을 종합하면 사실상 그 이상에 달한다는 게 창당 경험자들의 목소리다.

창당에 드는 비용은 주로 △사무실 임대료 △ 행정·홍보 등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구성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당은 최소 5개의 시·도당을 가져야하고 시도당에는 실제 사무실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임대료 역시 창당 비용으로 적지 않게 들어간다. 창당인이 현역 의원이라면 후원금 일부를 창당 준비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정치 신인이라면 후원금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 밖에 창당 대회를 열기 전 해야 하는 일간지 광고 역시 수백 만원 가량이 든다.


든든한 후원자가 없는 경우 창당 비용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해 마련한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시대전환은 조정훈 대표를 포함한 5~6명이 약 4개월 정도 걸려 창당했는데 모두 사비로 충당했다. 당시 서울 중앙당사 사무실 임대료 월 200만원과 7~8명에 달하는 행정·회계 직원 1인당 월급 약 200만원,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창당대회 전 창당 소식을 알리는 일간지 광고 비용 등을 모두 개인이 부담했다. 시대전환 관계자는 "시도당 당원을 모으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행사를 다녔는데 여기에 든 교통비와 숙식 비용 등은 각자 그때그때 냈다. 정확히 얼마가 들었는지도 추산이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같은 기간 창당한 기본소득당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창당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10명 가량이었는데, 창당을 위해 각자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과 실업급여, 대출까지 동원했다"고 했다. 다만 기본소득당의 경우 오프라인 행사와 광고를 최소화하고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한 타깃 광고에 집중했다. 기본소득이라는 정책 의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주로 2030세대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광고비로만 매달 1000만원이 들어갔다"며 "노출수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어 광고효과를 계속 보면서 광고 집행 여부를 결정했다"고 했다.

만약 오프라인 행사에 집중한다면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바른미래당 창당에 참여했던 한 정당인은 "초기에 정당 CI(로고) 디자인과 홍보에만 5000만원 정도, 발기인 대회 등 현장 행사를 위한 대관료, 행사 홍보용 문자 발송에만 수천만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는 신당 창당 과정에서 현직 의원 영입을 꾀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역 의원의 경우 지역 내 시도당 사무실은 물론 보좌진 등 정치활동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내 유력 인사의 데이터베이스(DB) 등까지 확보하고 있어 창당에 필요한 당원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직 국회의원과 유력 정치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추진한 신당의 경우 창당 비용은 수억 원대다. 일례로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분당한 현직 의원들과 만들었던 '새로운보수당'은 최소 2억1500만 원에서 최대 4억500만 원까지 창당 비용을 책정한 바 있다.

1997년 이인제 전 의원을 중심으로 만든 국민신당 역시 창당에만 23억8200여만원(현 당사 임차료 2억7600만원, 새 당사 임대료 6억 8600만원, 중앙당 창당대회와 신문광고 등 9억 8000만원 등)이 들었다. 2002년 정몽준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통합21은 창당준비비로 16억 2100만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도 창당준위원회 발족부터 새 당사 개소식까지 모두 13억원(사무실 임대 보증금으로 6억3000만원, 사무실 운영비 2억 6000만원 등)을 사용했다.

스타급 인물없이 정책과 소신만으로도 당을 만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에서 사회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러 정치 주체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정치권 내 논의도 풍성해질 수 있어서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기본소득당의 경우 온라인 중심 정당 가입으로 창당 비용이 적게 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금액도 사실 누구나 창당을 결심하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라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 창당을 위한 보조금이나 국민 누구나 희망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치후원바우처' 등 다양한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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