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감소'에 기관 '러브콜' 쏟아진다... 의류 OEM '룰루랄라'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3.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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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으로 창고에 쌓였던 의류 재고가 차츰 줄어들자 그간 소외됐던 국내 글로벌 의류 제조업체 주가가 재조명받고 있다. 영원무역 (33,950원 ▲1,600 +4.95%)한세실업 (23,600원 ▲3,350 +16.54%)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기관들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이달 들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재고조정으로 인한 수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몸값을 높였다.

22일 증시에서 룰루레몬과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의류를 생산하는 영원무역은 전 거래일 대비 1700원(2.94%) 오른 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갭과 H&M을 비롯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캐쥬얼 의류를 만드는 한세실업은 190원(1.03%) 오른 1만86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영원무역은 전날에 이어 2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한세실업도 지난 20일 장중 1만899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재고 감소'에 기관 '러브콜' 쏟아진다... 의류 OEM '룰루랄라'


연초 부진했던 두 기업의 주가가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는 건 수주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 덕택이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둔화 탓에 소매 업계 전반에서 재고 과잉 문제가 발생했다. 재고 감축을 위해 지난해 3분기부터 룰루레몬과 갭 등은 주문량을 줄이며 바짝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 같은 노력에 의류 재고는 확연히 줄었다. 미국 의류 소매 재고는 지난해 여름 정점을 기록한 뒤 매월 감소하고 있다. 갭은 올해 1월 의류 재고를 전분기 대비 21% 줄이는 데 성공했다. 룰루레몬 등도 재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재고 우려가 정점을 통과한 뒤 통상 의류 OEM사 주가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고 곧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기 때문이다. 업황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기관투자자들은 전날 기준 영원무역을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한세실업도 8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의류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높다는 점도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원면과 폴리에스터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의류 OEM 단가도 급격히 올랐다. 올해 들어 원자재 선물 가격은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의류 단가는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지 않을 전망이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의류 단가가 1년 만에 21% 증가했지만 한번 증가한 의류 단가는 2014년까지 보합권을 유지했다"며 "재고조정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높아진 OEM 단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소매 기업들의 재고가 잘 관리되고 실적도 좋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기대할 요소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룰루레몬과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를 일상복으로 소화하는 '고프코어(Gorp core) 룩'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두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12% 매출 성장을 보인 만큼 영원무역이 양 브랜드로부터 받는 수주액도 매년 고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늘 것을 대비해 영원무역은 생산 시설도 꾸준히 확충해나가고 있다. 연간 EBITDA(상각 전 순이익)의 1/3을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등 해외 생산 시설 증설과 생산설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인도 내수 시장에 진출하고자 현지 공장을 짓고자 첫 삽을 뜰 예정이다.

한세실업은 올해 3분기부터 미국 소비 심리 개선에 따라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종업계 비교 그룹사 대비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받고 있다는 점도 투자에 매력 포인트다. 한세실업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진 대만 의류회사 마카롯(Makalot)의 PER은 18배이지만 한세실업은 7배에 그친다.

유 연구원은 "한세실업이 글로벌 주요 OEM 기업 중 최근 1년간 가장 언더퍼폼해 주가의 단기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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