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플레이션' 재현되나…"내년말 유럽-우크라 수송관 멈출 듯"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6.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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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가즈프롬과 가스 공급계약 연장 안 할 듯…
LNG 공급은 2025년에야 증가, 유럽 가스값 위험요인

러시아의 노드스트림2 가스관에 보이는 로고 /로이터=뉴스1러시아의 노드스트림2 가스관에 보이는 로고 /로이터=뉴스1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마지막 수송관이 내년 말이면 끊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수송관을 통한 가스 수입은 유럽 전체 가스 수입에서 5%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가즈프롬 사이의 5년 주기 공급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게르만 갈루시첸코 장관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즈프롬과 가스 공급을 재협상할 준비가 돼있느냐는 질문에 "양자 간에는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 없다"며 "공급 중단에 대비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인 여파로 유럽은 에너지 위기가 촉발돼 대륙 전역의 생활비가 급등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가스 수송관 대부분이 차단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수송관은 공급량이 줄었을지언정 지속적으로 가스가 공급된 단 2곳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수송관이 막히면 유럽이 기댈 곳은 터크스트림 하나뿐인데, 유럽 대륙 남동부 국가에 가스를 공급하는 이 파이프라인이 유럽 전체 가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친다. 유럽으로선 수요를 줄이거나 액화천연가스(LNG)로 수입을 대체해야 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ICIS의 데이터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5월 가스 수입량의 약 절반을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있고, 슬로바키아 역시 이 수송관에 95%를 의존하고 있다.

유럽은 2019년 대표단을 파견해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3자 협상 결과 가까스로 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과거의 전례를 상기하며 막판 재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요원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은 가스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대륙 전역에 걸쳐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카타르, 미국이 주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LNG 공급은 2025년이 돼야 공급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배럴당 600달러에 육박하면서 평시 대비 10배로 치솟았다. 이후 지난해 8월의 정점 대비 90% 급락한 상태다.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공급 계약은 2019년 체결돼 2024년 말까지 5년을 기간으로 한다. 이 계약에 따라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2024년까지 연간 4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송출하고 총 70억 달러의 송출료를 받기로 돼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최근 연간 12억 입방미터의 가스만 송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공급 물량과 무관하게 계약상 전약 지급해야 할 송출료 중 일부만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양국 간 계약이 끝나더라도 가즈프롬은 유럽의 규정에 따라 가스 전송시스템 운영자가 보유해야하는 경매를 통해 송출 용량을 예약, 우크라이나 가스관으로 가스를 계속 보낼 수 있다.

그러나 S&P 글로벌 커모디티 인사이트의 로랑 루세카스는 FT에 "양측이 전쟁 중인 상황에서, 상대가 지키지 않는 계약을 어떻게 갱신할 수 있을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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