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한의사가 보톡스 주사?… 의사 부족에 대두되는 '미용시장 개방'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6.22 16:40
의사 13만명 중 3만명이 미용의료 의사… "미용시장 의료인력 쏠림 완화 대책 필요"
의료 인력이 미용 시장으로 쏠리고 필수의료인력이 부족해지자 일부 미용 시장을 간호사·한의사 등에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수 진료과목 의사들이 미용 시장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아 간단한 미용 시술을 다른 의료직군에게도 허용해주자는 논리다. 다만, 현행 의료체계상 이같은 주장이 현실화되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미용 시장을 간호사·한의사들에게 개방하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성형이랑 질병으로 인한 치료 빼고 보톡스, 리프팅 같은 거 개방하고 간호사·한의사들 따로 교육하고 자격 취득 시켜 시술할 수 있게 열어주고 자격증 취득 비용과 의약품 세금을 추가로 받아서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사용하는 게 어떻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달마다 스킨 부스터 맞고 레이저도 주기적으로 맞는데 얼굴에 주사 놓는 게 의대 나와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부작용이 생겼을 때는 연계 병원으로 인계해 치료받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블라인드 글 캡처 이런 주장은 다른 커뮤니티와 댓글에도 종종 올라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도 '정부는 왜 피부 미용 시장을 놔두는 걸까요? 기피과와 연관이 큰데 이해를 못하겠네요'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피부 미용 시장이라는 안정적 하방이 있어 의사들이 전문의 안 따고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도 피부 미용으로 빠진다"며 "물이 막히면 한 쪽을 뚫는 것이 상식 아닌가. 피부 미용 시장은 간호사, 한의사 등 타 의료 직군에게 완전 개방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부 미용 시장 개방 안 하면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곳이 없어서 죽어가는 불상사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건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 13만명 중 미용 의료를 하는 의사는 약 3만명에 달한다. 이 중 성형외과의사회와 피부과의사회 회원은 약 4000명에 불과하다. 일반의나 타 진료과목 전문의가 미용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얘기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미용의료기기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미용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뉴스1 앞으로 미용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보톡스 미용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00억원에서 올해 2090억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세계 미용시술의 경우 2014년 956만건에서 2020년 1440만건으로 6년간 연평균 7.1% 증가했다.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 규모도 2020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급증세다. 추가로 의료 인력이 미용 시장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도 의료인력의 미용 시장 쏠림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미용 성형과 피부 미용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등이 해당 의료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행하는 기관이 되도록 지정하는 제도) 대상에서 제외해 별도의 영역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환자를 보는 의료기관이 피부미용 관련 의원들의 수입을 기준치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금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양의사 중 대략 3만명이 피부·미용 등 돈벌이가 잘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음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또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양의사들의 수입 역시 적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국민 수입보다 몇 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왜곡된 피부·미용 의료시장의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고, 필수·1차 의료 분야에서 배제되고 있는 한의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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