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권 카르텔' 실체 파헤친다…대통령실·與 '대치동 정조준'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김지영 기자 2023.06.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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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 필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 필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으로 시작된 '교육계 이권 카르텔'에 대한 대통령실의 압박에 여당도 본격 가세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2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입시 출제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문제를 팔고, 또 학원으로 간다"며 "교육 당국과 일타강사 그룹과 이 사람들이 모여있는 학원 재벌이 카르텔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수능과 관련해 '카르텔'을 공개적으로 처음 거론한 건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주문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어떤 배경 설명 없이 '카르텔'이란 단어를 꺼내들자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비판할 때 주로 '카르텔'을 언급해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교체하며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공교육 과정에 속하지 않는 '초고난도 문제'(킬러 문항) 수능 출제를 "불공정"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우선 야권에서 지적한 것처럼 윤 대통령이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불쑥 지시를 내린 게 아니란 점이 밝혀졌다. 이미 지난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 정책목표였고 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문항 배제도 약속했는데 6월 모의평가에서 지켜지지 않았단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이른바 일타 강사들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학원에서 받는 연봉만 200억원대로 알려진 메가스터디 소속 현우진 수학강사는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 언론보도에 "애들만 불쌍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들의 고연봉에 대해 "부모들 등골 뺀 값"(전여옥 전 의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등 비난이 폭주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직 교사들이 수능 출제 위원 경력을 내세워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강남 일대의 유명 입시학원에 판매하거나, 입시학원으로 아예 이직하는 구조가 카르텔의 핵심 고리로 거론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를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해 부조리에 결탁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내일부터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 과장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해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발빠르게 후속조치에 나서면서 강남 유명 입시학원 등 사교육 업체의 불·편법 행위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앞두고 PT를 마친 파이샬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앞두고 PT를 마친 파이샬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대통령실에서는 이번 수능 관련 지시가 공정한 교육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오랜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재 저출산 문제의 핵심 요인으로까지 부각되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원래 공정한 교육 기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특정한 사교육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킬러문항은 그런 면에서 이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입시 비리 등 수사를 많이 해봤고 본인이 사법고시 9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험 전반에 관심이 지대하다"며 "매년 수능 문제를 풀어보는 등 교육 문제에 평소에도 각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교육계에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는지 당 차원에서 밝혀나가겠다"며 "교육시장에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 연수입이 100억원, 200억원씩 가는 것이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강사들은) 창의적으로 사업을 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가와는 다르다"며 "어찌 보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나 마찬가지인데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그걸(킬러문항) 가지고 파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그런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당연히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킬러문항 없애자는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며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해대고 있는데 그분들이 바라는 세상, 그분들이 추구하는 정책인지 무엇인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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