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중국투자백서를 만들자

머니투데이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2023.06.2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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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김문겸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한국 가수 중 중국에서 공연하는 사람 있나요? … 한국 가수가 가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지난 11일 태국 방콕에서 공연을 마치고 라이브방송에서 한 말이다. 중국은 한국 연예인에게도, 기업에도 장벽을 여전히 세우고 있다. 매출을 올려야 생존이 가능한 기업에 중국은 무덤이 된 지 오래다. 저렴한 인건비와 큰 시장을 보고 덤벼들었던 기업들, 특히 대기업을 따라 동반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입은 타격은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다.

2016년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배치를 이유로 중국은 관광객 방문 제한 등의 노골적인 보복조치에 이어 각종 규제를 강화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최근 사례만 해도 부지기수다. 롯데그룹은 랴오닝성 선양의 테마파크를 매각했고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1000개 이상 화장품매장을 폐쇄했으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도 중국 내 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물론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 외에도 중국산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의 향상으로 인한 경쟁격화, 인건비 상승, 중국 젊은 세대의 애국적 소비운동인 궈차오(國貨) 등 환경적인 영향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고자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등으로 생산시설을 급하게 이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겪은 유쾌하지 못한 일련의 경험이 다른 국가에서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공장을 세우고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국가다.



중국의 경험을 그저 불운한 경험으로 치부하고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경험과 영향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바로 중국 투자에 대한 백서를 작성해야 한다. 중국투자백서는 사건의 전말뿐만 아니라 각 사건이 지닌 배경과 전략적인 의미 등을 포함해 앞으로 해외진출의 지침서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파편적인 개별 사례의 모음이 아니라 진출시기별, 현지의 경제발전 정도, 정치지형도 변화와 규제동향, 산업의 변화 등을 망라해 업종별·지역별로 작성돼야 한다. 따라서 중국투자백서는 중국 투자에 직접 관련된 기관이 주체가 돼 현지에 정통한 인사가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부처보다는 수출입은행이나 KOTRA 같은 기관이 맡아서 작성하는 게 보다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서술보다는 통계수치를 제시해 사건의 영향을 적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텔링을 넘어 전략지침서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과 수교한 연도가 1992년이고 최초 중국에 직접투자한 시기는 삼성전자가 1억달러를 투자해 컴퓨터공장을 지은 1994년이다. 이후 중국에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이 물밀듯이 밀려들어갔고 40년이 지난 지금은 앞다퉈 탈중국을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중국 투자에 대한 백서의 필요성이 언급됐으나 어느 기관에서도 중국투자백서를 작성했다는 얘기가 아직 없다. 더 늦기 전에 중국투자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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