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부족? 괴담" vs "의대 확충 없인 안돼" 정부·의협 온도차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6.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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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대 정원 확대, 의료 파탄 시나리오" 부정적 견해
"의사 수 문제, 덮어둘 수 없다" 지적도
"필수의료 해결 못해"… 정부, 의대 증원 강조

"의사수 부족? 괴담" vs "의대 확충 없인 안돼" 정부·의협 온도차


필수·응급의료 살리기의 대안으로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가 거론되는 가운데 의사 단체와 정부가 여전히 견해차를 보였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괴담에 가깝다"는 주장과 "의사 인력 확충 없이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다만 의사 측에서도 필수의료에 한해 의대 정원 증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2차 의료현안 연속토론회가 '의사 수요와 공급'을 주제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 관계자, 보건복지부·교육부 공무원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보건·의료계 최대 화두인 '의대 정원 확대'를 얘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정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조정에 합의했지만 '얼마나 늘리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발제자로 나선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 의료를 파탄 내는 상당한 위험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 자체를 반대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가 부족해 전 국민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거의 괴담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요와 공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요와 공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우 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대한민국의 의사 수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OECD는 규범이 아니며, 다양한 나라의 제도와 문화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OECD와 비교해도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의사 수가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의료정책연구원 계산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현행대로 유지해도 2047년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87명으로 OECD 평균(5.82명)을 추월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추월 연도는 더 빨라진다.

또한 의대 정원 확대 시 건강보험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 원장은 "의대 정원 350명을 늘리면 2040년 요양급여 비용이 약 7조원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1000명을 늘리면 같은 기간 요양급여 비용이 약 18조원, 2000명을 확대하면 약 36조원 증가한다는 게 우 원장의 설명이다.

우 원장은 "1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는 의대 정원 확대를,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한가하게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잿밥에만 눈이 멀어 세상 망해가는 걸 모르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를 너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필수·응급 의료 문제가 의대 증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의대 증원이 모든 걸 해결하지 않겠지만, 미래는 미래대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대한민국 인구수가 계속 줄어든다는 가정도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 이민 정책이 있을 수 있다'며 "전공의도 앞으로 근무 시간 더 줄어들 것이고, 외국 의사도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런 부분도 고려해 10년~20년 후를 대비하는 정책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수 부족? 괴담" vs "의대 확충 없인 안돼" 정부·의협 온도차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도 "의사 수 문제를 덮어두고 갈 수 있느냐? 그것도 가능하지 않다. 이미 지방 국립대병원에서는 당장 필수의료 전공의가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은 필수의료에 한해 늘리되,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5:5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비수도권 필수의료 전공의 수 배정을 늘려 시행하고, 해당 인원은 의대 정원에서 '지역 필수의료 인재 선발전형'을 통해 늘려야 한다"며 "또한 의료취약지의 필수의료 가산 수가를 수도권의 3배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를 대표해 나온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과장은 "의대 정원 확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증원 없이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더 큰 위험이 온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서 나온 박준성 대학규제혁신총괄과장도 "의대에 몰리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고, 그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전국 40개 의대 중에서 정원 50명도 안 되는 곳이 40%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를 일찍 만든 곳은 100명 이상 의대생을 두지만, 후발주자들은 인원을 늘리지도 못한다. 의대 신설을 희망하는 지역도 굉장히 많다"며 "변호사가 늘었다고 법률 시장이 붕괴한 것 같진 않다. 의사가 늘면 당사자는 힘들겠지만, 그걸로 국민이 힘들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계를 대표해 나온 황만기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미용에 쏠린 의사 인력 재배치 △한의원의 1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만약 의대 정원 확대가 이뤄진다면 한의대 정원 감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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