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000억대' 갭·빈스도 찾는 韓회사…"디자인 플랫폼 도약"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3.06.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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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올해 상장 후 기업가치 1조로 키우겠다"

20일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20일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내년 여름부터 미국 소비시장 경기도 되살아나리라 봅니다. 가격이 아닌, 디자인으로 승부해 2030년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유명 해외 의류 브랜드들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제품들이 많다. 갭(GAP), 리바이스, 알렉산더왕 등이다.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의류를 생산하는 OEM·ODM업체의 손을 거쳐 이들 브랜드 제품이 탄생한다. 여기서 한단계 나아가 시즌별 트렌드를 제시하고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풀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인 '노브랜드'다. 1994년 니트 위주의 의류 OEM·ODM사업을 시작한 노브랜드는 지난해 연매출 5559억원, 고객사만 갭, 타겟(Target), 아리찌아(Aritzia) 등 해외 30여곳으로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노브랜드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연내 상장을 준비중이다. 의류 제조업체 상장은 2017년 호전실업 이후 6년 만이다.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사진)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소비시장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관측, 상장 후 지속적인 투자로 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 봄시즌 개발 주문 늘었다..내년 하반기 업황 반등 기대"
글로벌 의류 제조업체들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한다.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여전히 중국 벤더들의 위세가 큰 데다 인도, 방글라데시의 글로벌 경쟁사들도 부각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소비 심리가 꺾이면서 업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의류 소비가 줄어들고 고객사마다 재고 비율이 높아지면서 발주량을 줄여서다. 이 대표는 "의류 OEM 회사들의 경우 전년 대비 발주량이 30~40%가량 줄어든 곳도 있다"며 "다만 노브랜드의 경우 바이어사가 다각화돼 있어 시즌별 발주량이 작년 대비 15~18%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는 다품종 소량생산 하는 바이어사가 전체의 약 30% 가량을 차지한다. 타 벤더사들이 제작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다보니 위험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노브랜드는 갭과 에이치앤엠(H&M) 등 대량생산 상품 중심 브랜드부터 제이크루(J.Crew), 메이드웰(Madewell) 등 중고가 브랜드, 랙앤본(Rag & Bone), 빈스(Vince),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등 고품격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바이어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기업 F&F와 함께 MLB 의류를 생산하고 있고 아웃도어 브랜드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대표가 보는 향후 글로벌 업황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내년 봄시즌을 앞두고 고객사에서 상품을 개발해달라는 주문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이나 그동안의 재고가 거의 소진돼 상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 봄 시즌 매출을 본 고객사들이 여름부터 발주량을 늘리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20일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20일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역대 최고 실적 경신한 노브랜드, 2030년 시가총액 1조 목표
회사가 강조하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는 바이어가 플랫폼 내에서 제품을 PICK &BUY, 즉 고르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원단 선택, 생산까지 전 과장을 노브랜드가 주도하고 고객은 그중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서 산다. 예를 들어 바이어가 이미지 사진 한장을 제시하면 제품기획부터 디자인, 패브릭, 생산까지 A to Z 전과정을 맡는다. 실제 의류 브랜드 '나인웨스트' 등이 2021년부터 노브랜드와 손잡고 의류 사업을 전개중이다.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는 단순 OEM, ODM을 뛰어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의류 제조업체들이 단순 가격 경쟁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노브랜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노브랜드는 연구개발(R&D)에 특히 공을 들여왔다. 회사에 근무중인 디자이너가 전체 직원의 15%(55명)에 달할 정도다. 시장 트렌드를 조사하기 위해서 미국의 뉴욕과 LA에 디자인하우스도 두고 있다.

노브랜드는 2021년과 2022년 팬데믹 기간의 실적 부진을 딛고 최대 실적을 연달아 달성했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529억원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4696억원)은 17.7%, 영업이익(208억원)은 129.2% 늘었다. 이 대표는 "보복 소비와 더불어 재택 근무가 종료되며 패션 의류가 잘 팔린 덕에 발주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성장성을 입증한 올해가 상장을 위한 적기로 본다. 상장 이후에는제조시설을 디지털화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디자인 역량을 강화해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를 발전시켜 노브랜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상장 이후에는 공모 자금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해 투자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돌려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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