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솔케미칼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2015년이다. 음극재 바인더 상업화를 시작했다. 음극재는 활물질·도전재·바인더 등으로 구성된다. 활물질은 리튬이온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역할을, 도전재는 전기전도성을 높이는 물질이다. 바인더는 이런 작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음극재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안전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다. 2016년에는 배터리용 특수 테이프 전문기업 대만 테이팩스를 인수했으며 이차전지 시장 진출 9년 만인 내년부터 음극재를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종합 소재 기업으로의 진화는 조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2012년 일본기업이 독점하던 음극바인더 개발에 성공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컨설턴트), 빅토리아시크릿(선임연구원) 등에서 근무한 조 부회장은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부사장)으로 입사한 직후부터 이차전지 소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음극바인더 판매를 강화하고 테이팩스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후에는 이사회에 합류하고 상장을 도모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음극재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한솔케미칼의 음극바인더·테이프 등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단 평가를 받는다. 신규 사업인 음극재는 아직 숙제가 남았단 지적이다. 기존 음극재 기업 수준의 품질에 도달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수주에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해선 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조 부회장은 세계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인다. 지난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 '더 스마트 E 유럽(The Smarter E Europe )'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계행사로 치러진 인터배터리 유럽 개막식에 참석한 조 부회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익산공장에서 연내 실리콘 음극재 샘플 생산이 본격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유럽 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조 부회장은 범(凡)삼성가 4세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이자, 이 고문의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오촌 조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