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한솔케미칼 변화 중심에 선 삼성家 4세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6.2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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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


한솔케미칼이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공을 들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과산화수소 생산에 주력해온 한솔케미칼이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체질 개선을 이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은 850억원을 들여 전북 익산에 실리콘탄소복합체(SiC) 계열 음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연 750톤 생산이 목표다. 음극재는 양극재·전해질·분리막 등과 더불어 배터리 구성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핵심 소재다. 배터리의 충·방전 속도에 영향을 끼쳐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여줄 핵심 기술이다.



한솔케미칼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2015년이다. 음극재 바인더 상업화를 시작했다. 음극재는 활물질·도전재·바인더 등으로 구성된다. 활물질은 리튬이온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역할을, 도전재는 전기전도성을 높이는 물질이다. 바인더는 이런 작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음극재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안전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다. 2016년에는 배터리용 특수 테이프 전문기업 대만 테이팩스를 인수했으며 이차전지 시장 진출 9년 만인 내년부터 음극재를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한솔케미칼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주요 소재를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 색채가 짙은 게 사실이다. 과산화수소의 경우 경쟁사 대비 확고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D램과 낸드용 과산화수소 국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했다. 과산화소수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순도가 높을수록 생산효율이 높아 반도체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분야다.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 외에도 반도체 양자점·전구체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판매량을 자랑해왔다.



종합 소재 기업으로의 진화는 조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2012년 일본기업이 독점하던 음극바인더 개발에 성공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컨설턴트), 빅토리아시크릿(선임연구원) 등에서 근무한 조 부회장은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부사장)으로 입사한 직후부터 이차전지 소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음극바인더 판매를 강화하고 테이팩스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후에는 이사회에 합류하고 상장을 도모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음극재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한솔케미칼의 음극바인더·테이프 등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단 평가를 받는다. 신규 사업인 음극재는 아직 숙제가 남았단 지적이다. 기존 음극재 기업 수준의 품질에 도달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수주에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해선 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조 부회장은 세계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인다. 지난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 '더 스마트 E 유럽(The Smarter E Europe )'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계행사로 치러진 인터배터리 유럽 개막식에 참석한 조 부회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익산공장에서 연내 실리콘 음극재 샘플 생산이 본격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유럽 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조 부회장은 범(凡)삼성가 4세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이자, 이 고문의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오촌 조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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