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반적으로 유통업체들 실적 부진이 지속되겠다"며 "5월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1% 내외, 대형마트는 0% 내외 그친 것으로 추정되며 당분간 유통업종에 대해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들어 물가상승률 자체는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지난 5년간 급격히 오른 물가에 서민 살림은 팍팍해졌다. 시중금리마저 폭등하면서 더해진 대출 이자 부담에 가처분 소득은 더욱 줄어들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급격한 인플레이션 이후 찾아온 경기침체는 이미 현실화됐다"며 "전례없는 물가 상승과 이자비용 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며 내수 소비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전략적으로 필수 소비재 영역에서 지불용의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신용카드 소비 동향이나 유통 채널별 구매 단가, 사치재 식품군의 수요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카드사의 리볼딩 잔액은 7조1196억원으로 전년대비 16% 증가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 대금 중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달로 이월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연체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결제금액을 상환할 수 있지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1년새 리볼빙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가계 사정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백화점 패션부문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명품이 아닌 일반 패션 매출은 백화점 실적에서 마진이 큰 부분에 해당된다. 특히 한국의 주요 유통업체들, 롯데·현대·신세계는 내수 의존도가 매우 높아 주식시장에서 가계 사정 악화와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백화점은 2020년 이후 명품 소비 열풍에 약 2년여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측면도 있어, 올해는 소비 위축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속되는 고물가에 실질임금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역성장세를 지속했다"며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며 가성비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치품만 구매하는 양극화된 '극단적 소비자'가 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통업종에서는 당분간 불황에 강한 편의점과 해외여행 재개로 수혜가 예상되는 면세점 관련주가 유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편의점은 낮은 객단가로 고물가 환경 및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가격 상승) 환경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며 "호텔신라는 글로벌 해외여행 개재에 따른 고객 증가, 수익성 정상화 시작 기대감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