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반도체)
전례 없는 반도체 불황에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지만, 산업 전문가가 보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는 사뭇 희망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10년 후 전망을 10점 만점에 10점으로 내다보면서 그 근거로 "메모리반도체의 무궁한 가능성"을 들었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가 어떤 제품에나 들어가는 범용 제품이란 점을 꼽으며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것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종류별로 그 용처가 제각각 정해져 있는 반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용처가 구분 없이 다양해 그만큼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는 PC, 퀄컴의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는 스마트폰, 엔비디아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시스템 서버에 들어가는 등 시스템반도체는 특정 제품에 맞춰 들어간다"며 "그러나 메모리반도체는 위에 예를 든 세 곳에 다 들어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 때문에 (한국이) 메모리반도체를 리딩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한 경쟁력"이라며 "미래 산업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 AI(인공지능)만해도 당장 메모리반도체 수혜가 연결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메모리반도체는 10년 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산업 자체가 계속 잘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을 지켜나가기 위한 요건으론 기술 선도를 향한 기업의 초격차 전략과 함께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전세계적 반도체 쇼티지(부족) 충격이 덮친 것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신소자 원천 기술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고, 중국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까지 엮여있는 최대 무역관련국이다. 양국 간 줄다리기가 기한 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김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협상력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메모리반도체 강화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인 국내 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방안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를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언급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등이 한국에 투자를 늘릴수록, 공급과 관리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스템반도체와 소부장, 팹리스 등 다른 분야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당장 내일이라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당부다.
그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라도 투자를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만 열심히 했다가 (반도체 산업 판도) 변화를 캐치 못할 수도 있으니 시스템반도체도 힘들더라도 결국은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부장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서 미뤄보아 소부장 분야에도 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