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약 141개 '품절' 왜?… "수요 폭증에 생산 못따라갔다"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6.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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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갑자기 생산 늘리기 어려워"…"약가 보전이나 생산 보조 정책 필요"

소아약 141개 '품절' 왜?… "수요 폭증에 생산 못따라갔다"


대한아동병원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141개가 품절됐다고 발표했다. 중증질환부터 감기에 쓰이는 상비약까지 광범위하게 품절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본지가 제약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는 실제 품절이 아닌 품목도 있었지만 항생제, 콧물약, 진해거담제 등이 품절인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갑자기 호흡기계 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때문이었다.

제약회사들은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또 약의 사용량이 늘어나면 보험약값을 내리는 구조탓에 수익이 악화되는 것도 소아약의 생산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회 소속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이달 초 진행한 전수조사 141개의 소아청소년과 약이 품절됐다고 밝혔다. 성조숙증 치료제 '데카펩틸', 성장호르몬결핍증 주사 '노디트로핀 노디플렉스' 등 9개의 소아청소년 중증질환 필수의약품과 해열제, 독감치료제, 콧물약, 천식치료제, 진해거담제 등 약물이다.

협회가 발표한 품절 필수약 목록을 토대로 해당 제약사에 확인해보니 일부는 현재 재고가 있는 상태였고, 품절인 약들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진해거담제 '암부로콜', 안약(항생제) '토라미신' 등은 현재 주문 가능한 상황이다. 진해거담제 '후루테날', 항바이러스제 '푸리노신시럽' 등은 제약사가 수년전 공급을 이미 중단한 품목이었다.



그러나 구하기 어려운 약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해열제, 항생제 등은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일상이 회복되면서 갑자기 독감, 감기 등 질환을 앓는 환자가 급증해 품절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다수 제약사의 설명이다.

항생제 '크라몬 듀오시럽', 콧물약 '코미정' '코슈정', 진해거담제 '드로피진정' 등이 품절 사태를 겪은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올해 감기 환자가 크게 늘면서 생산 속도보다 판매 속도가 급격히 늘어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며 "의약품은 허가받은 라인에서만 생산 가능해 갑자기 생산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생제 '후로목스' 등이 품절된 일동제약 관계자도 "올해 호흡기계 질환과 감염증 등의 발생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예년 대비 수요량이 크게 늘면서 공급이 부족해졌다"며 "오는 10월은 돼야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항생제 '바난건조시럽'의 경우 지난 3월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품절은 아니고 물량이 부족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천식치료제 '풀미코트레스퓰 분무용 현탁액'을 판매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의원 방문이 줄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이 줄었는데 코로나19가 끝나고 독감 유행 등으로 갑자기 수요가 증가해 품절됐다"며 "본사에 물량 요청을 했고 하반기부터는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호르몬 제재 약물은 다국적 제약사의 공장 이전으로 전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는 게 제약업계 전언이다.
사진= 아동병원협회사진= 아동병원협회
업계에서는 정부의 약가 보전이나 생산 보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의 품절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회사들도 사실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정도로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도 "어린이의 경우 계절, 유행 등에 따라서 특정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 때 사용량이 늘어나면 결국 약가가 깎이게 되는 구조가 많고, '사용량 약가인하 연동제'로 수요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악화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의 수요는 계속 되지만 수익성 악화로 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가 보전이나 생산 보조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체재 활용가능성, 부족 정도 등 현황 파악을 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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