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5개월 앞두고 초유의 사태..출제 기관장 공백 길어지나?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3.06.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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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규민 원장이 19일 사임했다.  이 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하여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규민 원장이 19일 사임했다. 이 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하여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원장이 사임하면서 교육계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전날(19일) 입장문을 내고 "오래 시간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계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6월 모의평가(모평)와 관련해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과정 범위 밖 수능 출제를 배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공정 수능' 지시를 공식적으로 내린 지 나흘만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평가원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그간 수능·모평 출제오류· 난도 조절 실패 등이 발생할 경우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는 잦았지만 모평을 이유로 사퇴한 원장은 이 평가원장이 처음이다. 이 평가원장을 제외한 전임 원장 11명(연임 포함) 중 7명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직전 평가원장인 강태중 전 평가원장도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가 오류로 출제되자 2021년 12월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이나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질된 대입담당 국장은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평가원장 역시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임명돼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음 9월 모의평가까지 3개월 남짓 남은 시간 안에 새로운 평가원장 후임을 임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평가원장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모를 받아 임명한다. 직전 강 전 평가원장이 2021년 12월 사임 후 이 원장은 이듬해 3월 임명됐다.



한편 이 평가원장이 사임한 데는 최근 수능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방안과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해부터 이뤄졌지만 지난 1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도 일부 문항이 교과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16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백브리핑에서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6월 모평에서 처음으로 실현했다"며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인 지난 16일 수능 시험을 총괄하는 이 모 교육부 인재정책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교육부는 아울러 총리실과 합동으로 평가원 감사도 예고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과과정 밖에서 출제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등에 대한 감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전 진행된 평가원 감사는 2011학년도 수능 직후인 2011년 2∼3월 감사원이 진행한 종합감사(기관운영감사)였다. 감사결과 2008∼2011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출제위원 2명과 검토위원 9명의 자녀가 해당 연도에 수능 시험을 본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수능 출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2024학년도 수능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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