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불수능 문제가 아냐"…당정, '킬러문항 배제' 정면돌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3.06.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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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태규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간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태규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간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교육과정 바깥 범위의 문제출제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여당이 19일 "물수능·불수능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비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획일적인 교육정책이 낳은 과도한 사교육 폐해를 바로잡는 '입시 정상화'가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인 교육개혁의 첫 걸음이란 것이다. 당정은 최상위권 수험생 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됐던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와 특목고(특수목적고) 존치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일부 사교육계에서 제기한 '쉬운 수능'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겠단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공정한 입시환경 조성을 위한 수능출제 시스템을 개선키로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당정은 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학생 개인별 맞춤교육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당정은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이 주로 등장했던 수능 킬러문항이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판단, 이를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태규 의원은 "킬러문항은 시험 변별력 높이는 쉬운 방법"이라면서도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출제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정 난이도가 확보될 수 있게 출제기법 고도화 등 가능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당정은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존치를 통한 맞춤교육 실현 △기초학력 국가책임을 위한 학력진단 강화 △교권보호·교사역량 강화 △대형 입시학원의 거짓·과장 광고 행위 엄중대응 등도 추진키로 했다. 이 중 특목고 존치는 공식적으로 나온 첫 발표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따라 나온 방향이기 때문에 2025년 일반고 전환 학교들에 대해 현재 지위를 유지시켜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수능 논란을 계기로 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선을 그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태규 의원은 "전 정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으로 (학생 교육)격차를 심화시켰고 학교교육의 질을 하락시켰다"며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로 지난 정부 5년 간 50.9% 급증했다"고 비판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문제, 특히 학원만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신속히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을 교육부 수장으로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EBS의 2024학년도 수능 연계교재가 진열되어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개혁과 관련된 업무보고를 한 뒤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치러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모의평가인 9월 모의평가에서는 EBS 수능교재와 강의 연계율이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5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미 지난 3월 발표한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수업을 받아온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덜기 위해 EBS 교재 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3.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EBS의 2024학년도 수능 연계교재가 진열되어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개혁과 관련된 업무보고를 한 뒤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치러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모의평가인 9월 모의평가에서는 EBS 수능교재와 강의 연계율이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5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미 지난 3월 발표한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수업을 받아온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덜기 위해 EBS 교재 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3.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초 여당 교육위원들과 교육부 간 실무협의 성격이었던 이날 회의는 주요 지도부인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철규 사무총장까지 참석하며 무게감을 더했다.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 후 민주당이 "설익은 수능 폭탄을 꺼내 수험생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하고, 입시 사교육을 대표하는 이른바 일타강사들까지 줄줄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는 조짐을 보이자 지도부 차원에서 조기진화에 나선 것이다.

수능을 비롯한 교육이슈가 워낙 민감한 현안인 데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강남과 목동, 분당도 격전지가 됐다고 한다"고 적는 등 교육열이 높은 보수텃밭 지역에서도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이 '주69시간' 프레임에 발목 잡히며 공회전하는 상황에서 교육개혁도 '쉬운 수능'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위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은 수능을 앞둔 10대 뿐 아니라 부모, 교사 등 전 세대에 걸친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여당은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지시가 사교육 폐해를 없애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발언이란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수능출제 방향을 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현안이란 것이다. 이태규 의원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주거와 함께 가처분 소득 저하를 초래해 저출생과 내수경제 부진에 한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경감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수능에서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면 사교육비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단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입시 교육구조 현실을 정확히 짚고 해결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대통령실과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데 야당과 일부 특정 사교육업자가 사실을 왜곡시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 방침은 교육과정에 있지 않는 영역을 출제해 절대다수 사교육 받지 않는 학생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데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대부터 공정한 입시와 사교육 의존을 낮추는 것을 공약한 바 있다"고 했다.

당정은 윤 대통령이 입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관심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일각에선 대통령이 입시에 대해 뭘 아냐는 식으로 폄하하는데 헛다리 짚는 것"이라며 "검찰 초년생부터 입시부정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왔고 특히 조국일가 대입 수사 등(을 통해) 대입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도 "이번 수능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많이 대화했는데 저도 많이 배웠다"면서 "또 정말 어려운 난제인데 직접 말씀하셔서 문제 심각성을 말한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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