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답답한 것은 몸이 아파 약을 구하러 왔는데, 그 약을 갖추지 못했을 때였다고 한다. 김 회장은 "바로 그 순간이 자전거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밟아야 했던 때"라며 "당연히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계절에 관계없이 온 몸에 땀이 흘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부끄럽지만 저는 구두닦이조차 마다하지 않은 약국 주인이었다"고 말했다. 보령약국 시절, 고되고 거친 일을 하다가 구두가 흙투성이가 된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따로 구두 닦을 시간도 돈도 없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던 시절, 구두닦이의 마음으로 약국 문을 나서는 손님들을 문 밖까지 따라나가 배웅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려고 했냐며 혀를 찰 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 제가 벌려고 한 것은 돈이 아닌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고객을 위해 페달을 밟고 구두를 닦는 성실과 신뢰의 경영은 마케팅 강의에도 활용됐다. '현대마케팅원론'의 저자인 고(故) 김동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김 회장의 회고록 '기억이 길이되다'의 축하글에서 "김 회장은 판매 전(前) 판매활동에 '정직과 성실성에 입각한 신뢰구축 활동이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게 주었다"며 "그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Trust-building activities based on honesty and sincerity'라는 주제로 마케팅 강의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약력
△1932년 1월 충남 보령 출생△1950년 학병 입대△1957년 5월 육군 1201 건설공병단 중위 예편△1957년 10월 보령약국 창업△1963년 11월 보령제약 창립 △1967년 6월 용각산 발매△1975년 7월 겔포스 발매△1991년 한국제약협회 회장 취임△2010년 9월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 허가 △2014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