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이마트 1700억 배임 선종구…수천억 번 '공범'도 소재불명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3.06.19 06:00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사진=뉴스1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17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76)이 해외로 도피한 데 이어 법원이 선 회장의 공범으로 판단한 사모펀드운용사(PEF)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 박영택 전 회장(64)도 최근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검찰 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하이마트 배임 사건이 불거지고 주범인 선 전 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지난해 확정된 뒤에도 사건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선 전 회장은 2005년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였던 AEP가 하이마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인수 이후 하이마트 자산을 매각해 대출금을 갚는 방식으로 무자본인수(차입매수·LBO)할 수 있도록 하이마트 소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 회사에 176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지난해 3월 대법원 재상고심(주심 이동원 대법관)에서 징역 5년, 벌금 300억원이 확정됐다.
박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선 전 회장과 공모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하이마트 소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안건을 의결한 하이마트홀딩스 이사회에는 선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채 이사회 멤버였던 박 전 회장이 다른 사내이사와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AEP는 사실상 무자본으로 인수한 하이마트를 2007년 매각하면서 차익 1조2000억원을 거뒀다.
박영택 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회장.검찰은 박 전 회장을 공범으로 판단한 법원 판결 이후 박 전 회장 등을 대상으로 내사를 진행하다 지난달 소재 불명을 이유로 조사를 중단했다. AEP는 중국계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로 박 전 회장은 2014년 매각차익만 4조2000억원에 달했던 OB맥주 M&A(인수합병) 이후 한국을 떠나 홍콩 등 해외에서 1년 중 절반가량을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 M&A 1건으로 수천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PEF 키맨들의 경우 절세를 위해 해외 시민권을 얻는 경우가 흔하다"며 "1년 중 183일 이상을 해외에 거주하면 세금을 국내가 아니라 현지에서 낼 수 있기 때문에 박 전 회장도 국내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 세금을 홍콩에 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먹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론스타 못잖은 수익을 내면서 국내 사정을 이용해 드러나지 않게 세금을 회피하는 이들이 많다"며 "AEP의 경우 한국 출신 인사들인 한국을 주 무대로 기업을 사고 팔면서도 미국이나 홍콩 국적을 유지하면서 세무당국과 수사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올 2월 AEP 회장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수사당국은 박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다. 선 전 회장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21년 8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현재 형 집행이 유예된 상태다.
법조계 한 인사는 "법원이 선 전 회장과 박 전 회장 등의 공범관계를 판시한 만큼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