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년 후 재고용 관례 있다면…부당해고 땐 기대임금 줘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3.06.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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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사진=뉴시스대법원/사진=뉴시스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될 예정인 직원이 정년 전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을 때, 회사가 해당 직원이 재고용됐을 경우 받았을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과거 A사 직원으로서 항만 보안·방호 업무를 하다가 부당해고된 서모씨(66)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A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해고가 무효라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사가 서씨에게 해고되지 않았으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약 9885만원도 지급하라고 했다.



A사는 과거 포스코에서 분사한 방호·보안 업무 담당 회사로, 포스코와 외주계약을 맺고 방호업무를 제공한다. A사는 2013년 한 항만 구역에서 부두 철거 공사로 발생한 철근을 지키는 업무를 했다. 그런데 그해 6월 철근 약 79톤(t)이 11차례에 걸쳐 무단 반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로 관련 구역을 지키던 서씨는 징계면직됐다.

그러나 해당 징계면직은 부당해고임이 2017년 8월18일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뒤이어 서씨는 A사를 대상으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청구해 해고 기간에 대한 임금 등을 지급하라고 했다.



A사는 서씨에 대한 부당해고 전인 2012년 9월부터 정년퇴직한 직원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고, 이후 갱신을 통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A사는 만58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었다. 서씨는 본인이 기간제 근로자로 일했을 경우에 받았을 돈까지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심인 대구고법은 서씨 주장을 받아들여 A사가 서씨에게 임금·퇴직금·지연손해금 등 명목으로 총 9885만원 상당의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심은 "(별도 확정 판결로 인해) 서씨에 대한 징계면직 처분이 효력이 없다"며 "서씨가 A사에게 실제로는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는 A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다. A사는 서씨가 계속 근로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퇴직금 상당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원심은 서씨가 본인이 정년퇴직 후 재채용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봤다. 재고용제도 도입 후 서씨보다 먼저 정년에 도달한 동료 근로자들이 모두 기간제로 재고용된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A사 측은 서씨의 2011년 2012년 인사고과가 C등급이어서 재채용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원심은 "A사 재채용평가 기준에 따르면 인사고과 C등급은 재채용 평가 점수 100점 중 4점에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A사의 재채용 기준점수는 70점이다. 다른 평가영역 점수로도 충분히 만회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A사는 서씨가 회사에 재취업해 2014년 5월1일부터 2017년 9월7일까지 근로했더라면 받았을 임금, 퇴직금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A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하고, 그러한 기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 등에 관해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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