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 꺼지네" 최고급 호텔마다 '이 침대'… 어떻게 만드나 봤더니

머니투데이 여주(경기)=김성진 기자 2023.06.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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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리침대' 여주 공장 가보니

경기도 여주의 씰리침대 공장. 1만8000평 부지에 약 87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스웨덴 포장 전문 기업 테트라 팩이 쓰던 공장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다. 유럽풍에 빨간 벽돌로 지은 점이 특징이다./사진제공=씰리침대. 경기도 여주의 씰리침대 공장. 1만8000평 부지에 약 87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스웨덴 포장 전문 기업 테트라 팩이 쓰던 공장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다. 유럽풍에 빨간 벽돌로 지은 점이 특징이다./사진제공=씰리침대.


씰리침대가 16일 경기 여주공장 내부를 코로나19(COVID-19) 확산 후 처음 공개했다. 이름을 들으면 알법한 최고급 호텔에 잇달아 입점하고 고가 제품 시장을 휘어잡은 침대들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대량 생산'이 목표가 아니다. 오래 써도 꺼지지 않게, 실이 풀리지 않게 직원 60명이 수작업을 하고 있다. 재봉틀 돌리는 소리, 타카 박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곳곳에 머리 희끗한 직원들이 매트리스와 하나 된 듯 손을 놀리고 있다.



공장 주변은 한적하다. 반경 5km에 골프장만 9개 있다. 가뜩이나 여주가 쌀로 유명해, 얼핏 보면 특색 없는 시골 같은데 주변에 IC(나들목)가 7개 있는 물류의 '허브'다. 여주에 인허가받은 물류창고만 120여개이고, 씰리 공장 옆에 물류센터가 하나 더 공사 중이다. 씰리는 본래 스웨덴의 포장 전문 기업 테트라 팩(Tetra Pak)이 쓰던 공장을 인수해 쓰고 있다. 공장 내부는 바꿨지만 유럽풍 새빨간 벽돌 외관은 그대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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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제조 A동, 원자재 창고 B동, 물류 창고 C동으로 돼 있다. 부지 정문 바로 앞 건물이 A동이다. 문 열고 들어가면 '드르륵' 재봉틀 박는 소리, '탈칵' 타카(철심) 박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카락 떨어질라 흰 헤어캡 쓴 직원들이 열심히 손을 놀린다.

씰리는 이런 '수작업'을 고수한다. 그래야 침대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들 설명이다. 철심을 박는 호그링 작업, 매트리스 면을 고르게 펴는 이너 터프팅 작업, 충전재가 빠져나오지 않게 원단 끝단과 옆단을 묶는 작업 모두 손으로 해야 매트리스 뒤틀림도 막고 오래 사용해도 숨이 죽는 느낌이 없도록 할 수 있다. 침대 생산 공정은 퀼트, 소잉, 빌드 세 단계로 나뉘는데 우리말로는 누빔, 재봉, 마무리 정도로 풀이된다. 적잖은 경쟁사는 대량 생산을 위해 기계로 자동화했는데 아직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



이렇게 만들어진 침대가 지난해 5만7000개다. 2017년 2만5000개의 2배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예상 생산량은 6만5000개다.
씰리침대 여주공장 직원이 매트리스 옆면에 타카(철심)를 박는 호그링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경쟁사는 이 작업을 기계로 자동화했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게 씰리침대의 설명이다. 수작업으로 해야 침대를 오래 써도 매트리스가 뒤틀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사진=김성진 기자. 씰리침대 여주공장 직원이 매트리스 옆면에 타카(철심)를 박는 호그링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경쟁사는 이 작업을 기계로 자동화했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게 씰리침대의 설명이다. 수작업으로 해야 침대를 오래 써도 매트리스가 뒤틀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사진=김성진 기자.
씰리침대는 미국회사다. 1881년 미국 텍사스 마을 씰리(Sealy)에서 다니엘 헤인즈가 창업했다. 씰리는 목화로 유명한 마을인데 헤인즈가 우연히 목화솜 위에서 잤다가 매우 편안해 목화솜을 면 패드로 싸 푹신한 침대를 만든 게 씰리침대의 시작이다.

1994년 해외 진출을 시작했고 한국에는 2년 후 들어왔다. 중국에 이미 공장이 5개 있어서 아시아 지역에 하나 더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2012년 취임한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가 '한국 고객을 더 만족시켜야 한다'며 본사를 설득해 2016년 외국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지역 주민 60여명을 고용했고, 국내 배송 기간도 단축했다.

가구업계에서 씰리침대는 '프리미엄 침대' 대표 주자로 꼽힌다. 최고급 매트리스 엑스퀴짓(Exquisite), 프레지던스, 헤인스(Haynes) 등을 쉐라톤 워커힐, 그랜드 힐튼, 베스트웨스턴 호텔 등에 공급해왔다. 엑스퀴짓은 올들어 한달에 100개 이상씩 팔리고 있다.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사진제공=씰리침대.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사진제공=씰리침대.
인기 비결은 수작업, 그리고 수십년 동안 쌓은 기술력이다. 73년 전 요통 권위자 로버트 에디슨 정형외과 의학박사 등과 협업해 '포스처피딕' 기술을 개발했다. 최적의 수면 자세를 만들어주는 혁신 스프링 기술로 인체 구조를 형상화해 침대 성능을 인체공학적으로 개선했다.


그밖에 3단계 서포트 시스템, 매트리스 측면과 하부를 감싸는 특허 기술, 이중 열처리 기술, 티타늄 소재로 씰리의 독자적인 침대들을 만들어왔다. 올해 기준 전국 백화점과 아울렛에 64개점, 대리점 77개점을 운영하고 300만원 이상 고가 매트리스 시장의 34% 차지한다.
RAD7 설비로 씰리침대 제품 라돈 검사를 하는 모습./사진제공=씰리침대.RAD7 설비로 씰리침대 제품 라돈 검사를 하는 모습./사진제공=씰리침대.
씰리침대는 RAD7 기기로 납품받은 매트리스 원자재 전량의 라돈 성분 검사를 한다. RAD7은 정부 연구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비롯해 전 세계 방사성 물질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라돈 등 측정에 쓰는 정밀 진단 장비다.

씰리침대는 신제품을 판매하기 전 연간 방사선량 한도를 계산해 원자력법 시행령이 정한 일반인 연간 허용치 1mSv(밀리시버트) 이하 제품만 판매한다.

윤종효 대표는 "고객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고객이 숙면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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