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집중 못하는 학생 포착..다비다, "ICT로 학습효과 높여"

머니투데이 이유미 기자 2023.06.17 17:59
글자크기
이은승 다비다 대표가 코딩 로봇 '지니로봇'과 스마트 펜 '지니펜' 등을 소개 중이다/사진=이유미 기자 이은승 다비다 대표가 코딩 로봇 '지니로봇'과 스마트 펜 '지니펜' 등을 소개 중이다/사진=이유미 기자


코로나로 부상한 '비대면 수업'은 기존의 '온라인 수업'과 비슷하게 통용되는 것 같지만, 이은승 다비다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진정한 의미의 비대면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 효과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쓰던 '줌(Zoom)'이나 '구글미트'로는 기존 수업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비대면 수업의 '교육격차'를 지적하는 통계 자료가 쏟아졌다. 이 대표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얼마나 더 집중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지만, 컴퓨터나 태블릿에 달린 작은 카메라로 이를 확인하긴 역부족이어서다. 다 함께 대답 하거나, 특정 학생을 호명해 문제를 풀어 보게 하는 것 등이 쉽지 않다. 카메라 사각지대로 딴짓을 할 수도 있다.



그가 2008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아이비리그 진학을 돕는 튜터로 이름을 알릴 때의 일이다. 온라인으로도 좋으니 과외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때 사용한 게 바로 영상 통화 '스카이프'다. 당시 수학 과외를 진행했는데, 학생의 문제 풀이와 선생님의 풀이 과정을 쓴 종이를 컴퓨터 카메라에 대어 가며 수업을 이어갔다. 원활할 리 없었다. 그때 상상한 게 바로 '마법의 펜'이다.

'학생이 푼 내용이 바로바로 내 앞에 펼쳐지는 '매직 펜'이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실시간으로 피드백할 수 있다면..'



다비다는 이 '마법의 펜'을 ICT(정보통신기술)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영상 기반의 양방향 교육 플랫폼 '지니클래스'와 함께 출시했다. 막연히 상상하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수업에 집중 못하는 학생 가려내고, 학습 성향도 분석하는 'AI 튜터'
# 비대면 수업 현장

오른손을 든 학생과 왼손을 든 학생을 자동으로 카운팅한다.


빈 자리를 확인해 출석 체크도 알아서 한다.

학생이 모니터를 응시하는지, 다른 곳을 보는지 집중도 등도 파악해 준다.

지니클래스에 대한 설명이다. AI 및 모션감지 기술을 탑재한 결과로, 이는 지니클래스의 수많은 기능 가운데 일부 사례다. 비대면 환경이지만 실제 교실의 대면 수업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지니펜'과 연동돼 쓰임새가 넓다. 여기엔 웹RTC(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적용됐다. 학생이 '지니펜'으로 문제를 풀거나 노트를 하면 그 내용이 교사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교사도 '지니펜'으로 학생이 쓴 내용에 덧대 실시간 교정·교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마치 한 공간에 앉아 수업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특히 푼 내용이 온라인으로 자동 저장되고 이는 학습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학생 입장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손쉽게 꺼내 탐구할 수 있는 게 학습의 핵심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비다는 궁극적으로 이를 AI 튜터와 개인화 에듀테크 등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오프라인 시험은 대체로 주어진 시간 내 정답을 얼마나 맞혔지가 중점이지만, '지니펜'을 연동하면 좀 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각 문제당 얼마나 빠르게 해결했지도 데이터화할 수 있어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보다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게 그 예다. 복잡한 계산이 뒤따라야 하지만 풀이 과정이 부족한 경우 소위 '찍기'를 했는지, 커닝을 했는지도 가려낼 수 있다. 또 궁극적으로 풀이 데이터가 대규모로 쌓이면, 이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는 비대면, 엔데믹은 대면이란 이분법 깨고 '하이브리드'로"
이은승 다비다 대표에게 엔데믹 시대 '비대면 교육'의 입지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답은 코로나 팬데믹에 맞춰 (비)대면 사회를 구분짓는 것은 이분법적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IT 강대국인 우리도 펜데믹 이후 온라인만으로도 달려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신 코로나로 세상은 '학습 효과'를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 의식과 학습 효과 때문에 결국 '비대면 교육'이 데뷔를 한 셈이고, 점차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하리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를 'BTS'(Blended Teaching System, 혼합형 교육 시스템)라 부른다"고 했다.

일례로 그는 메가스터디와의 협업 사례를 꼽았다. '지니클래스'가 일부 강의에 적용된 것이다. 강의는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밤 늦게라도 어디서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지니펜' 등을 통해 학원에 상주하는 강사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능 등이 탑재됐다.

그는 "학부모가 학원에 가지는 기대 중 하나가 바로 '학생 케어'"라면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학습 환경은 학생 집중도를 높이고, 기존 온라인 강의와는 또 다른 차별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 "지역간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공부 잘하는 법'
"공부를 잘하려면요. 천재 빼고 나머지는 '이 방법'밖에 없어요."

이 대표가 인터뷰 중 학습 효과를 언급하며 강조한 말 중 하나다. 그는 "전공인 수학을 예로 했을 때, 수학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은 '계속 생각하기'"라며 "흔히 '노력'이라 불리지만, 계속 생각하면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어려운 일임을 안다"고 말했다.

수학 문제를 풀다 난관에 빠졌을 때 흔히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해설지 참조'다. 가장 빠르고 편리한 해결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가 강조한 '생각하기'와 가장 배치되는 행동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AI 기반의 학습 프로그램이 '생각하기'를 방해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답을 알려주는 AI가 아니라 힌트를 주는 AI만이 진짜 교육에 도움이 된다"며 "답을 도출하기 위해 대략 1~5단계의 사고를 거쳐야 한다고 가정하면, 편리성에 치중해 핵심만 전달하는 AI는 이 과정을 간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비다는 막히는 과정에 개입하는 AI 튜터를 만들어 내려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과거 튜터로 활약하며, 명문대 진학을 이끈 게 저의 뛰어남(두뇌) 때문이었을까요. 그런 논리라면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많았을 겁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도운 거죠. 학생들의 '등대'가 되겠다는 마음, 기업인으로서도 여전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