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2008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아이비리그 진학을 돕는 튜터로 이름을 알릴 때의 일이다. 온라인으로도 좋으니 과외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때 사용한 게 바로 영상 통화 '스카이프'다. 당시 수학 과외를 진행했는데, 학생의 문제 풀이와 선생님의 풀이 과정을 쓴 종이를 컴퓨터 카메라에 대어 가며 수업을 이어갔다. 원활할 리 없었다. 그때 상상한 게 바로 '마법의 펜'이다.
다비다는 이 '마법의 펜'을 ICT(정보통신기술)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영상 기반의 양방향 교육 플랫폼 '지니클래스'와 함께 출시했다. 막연히 상상하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수업에 집중 못하는 학생 가려내고, 학습 성향도 분석하는 'AI 튜터'# 비대면 수업 현장
오른손을 든 학생과 왼손을 든 학생을 자동으로 카운팅한다.
빈 자리를 확인해 출석 체크도 알아서 한다.
학생이 모니터를 응시하는지, 다른 곳을 보는지 집중도 등도 파악해 준다.
지니클래스에 대한 설명이다. AI 및 모션감지 기술을 탑재한 결과로, 이는 지니클래스의 수많은 기능 가운데 일부 사례다. 비대면 환경이지만 실제 교실의 대면 수업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지니펜'과 연동돼 쓰임새가 넓다. 여기엔 웹RTC(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적용됐다. 학생이 '지니펜'으로 문제를 풀거나 노트를 하면 그 내용이 교사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교사도 '지니펜'으로 학생이 쓴 내용에 덧대 실시간 교정·교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마치 한 공간에 앉아 수업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특히 푼 내용이 온라인으로 자동 저장되고 이는 학습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학생 입장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손쉽게 꺼내 탐구할 수 있는 게 학습의 핵심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비다는 궁극적으로 이를 AI 튜터와 개인화 에듀테크 등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오프라인 시험은 대체로 주어진 시간 내 정답을 얼마나 맞혔지가 중점이지만, '지니펜'을 연동하면 좀 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각 문제당 얼마나 빠르게 해결했지도 데이터화할 수 있어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보다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게 그 예다. 복잡한 계산이 뒤따라야 하지만 풀이 과정이 부족한 경우 소위 '찍기'를 했는지, 커닝을 했는지도 가려낼 수 있다. 또 궁극적으로 풀이 데이터가 대규모로 쌓이면, 이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는 비대면, 엔데믹은 대면이란 이분법 깨고 '하이브리드'로"이은승 다비다 대표에게 엔데믹 시대 '비대면 교육'의 입지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답은 코로나 팬데믹에 맞춰 (비)대면 사회를 구분짓는 것은 이분법적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IT 강대국인 우리도 펜데믹 이후 온라인만으로도 달려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신 코로나로 세상은 '학습 효과'를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 의식과 학습 효과 때문에 결국 '비대면 교육'이 데뷔를 한 셈이고, 점차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하리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를 'BTS'(Blended Teaching System, 혼합형 교육 시스템)라 부른다"고 했다.
일례로 그는 메가스터디와의 협업 사례를 꼽았다. '지니클래스'가 일부 강의에 적용된 것이다. 강의는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밤 늦게라도 어디서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지니펜' 등을 통해 학원에 상주하는 강사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능 등이 탑재됐다.
그는 "학부모가 학원에 가지는 기대 중 하나가 바로 '학생 케어'"라면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학습 환경은 학생 집중도를 높이고, 기존 온라인 강의와는 또 다른 차별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 "지역간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공부 잘하는 법'"공부를 잘하려면요. 천재 빼고 나머지는 '이 방법'밖에 없어요."
이 대표가 인터뷰 중 학습 효과를 언급하며 강조한 말 중 하나다. 그는 "전공인 수학을 예로 했을 때, 수학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은 '계속 생각하기'"라며 "흔히 '노력'이라 불리지만, 계속 생각하면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어려운 일임을 안다"고 말했다.
수학 문제를 풀다 난관에 빠졌을 때 흔히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해설지 참조'다. 가장 빠르고 편리한 해결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가 강조한 '생각하기'와 가장 배치되는 행동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AI 기반의 학습 프로그램이 '생각하기'를 방해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답을 알려주는 AI가 아니라 힌트를 주는 AI만이 진짜 교육에 도움이 된다"며 "답을 도출하기 위해 대략 1~5단계의 사고를 거쳐야 한다고 가정하면, 편리성에 치중해 핵심만 전달하는 AI는 이 과정을 간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비다는 막히는 과정에 개입하는 AI 튜터를 만들어 내려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과거 튜터로 활약하며, 명문대 진학을 이끈 게 저의 뛰어남(두뇌) 때문이었을까요. 그런 논리라면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많았을 겁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도운 거죠. 학생들의 '등대'가 되겠다는 마음, 기업인으로서도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