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터줏대감' 이글루스 문 닫는다…20년 만에 서비스 종료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6.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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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글루스/사진=이글루스


국내 1세대 블로그 '이글루스'가 20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다.

16일 줌인터넷은 이날 오후 2시 이글루스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2003년 서비스 출시 후 20년 만이다. 앞서 줌인터넷은 지난 3월 "서비스 종료라는 판단을 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하지만 변화된 시장 상황으로 더이상 서비스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글루스는 국내 게임사 온네트가 만든 블로그 서비스다. '전문 블로그' 시대를 연 이글루스는 이용자가 전문적인 웹디자인 기술이 없어도 스킨·메뉴 등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게 해 정형화된 형식의 포털 블로그를 위협하기도 했다. 성인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적인 회원가입 방식에 여러 파워블로거가 모이면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콘텐츠가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글루스는 2006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다가 2013년 이스트소프트 (24,250원 ▼650 -2.61%) 자회사 줌인터넷 (2,780원 ▲10 +0.36%) 품에 안겼다. 줌인터넷은 이글루스 모바일앱을 출시하는 등 모바일 전환을 시도했지만, 트위터·페이스북 등 글로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블로그 재열풍이 불었으나 이글루스는 잊힌 서비스가 됐다.



진보·보수간 '이오지마 전투'에 병든 이글루스
일각에선 이글루스가 정치 대결의 장이 되면서 쇠락했다고 본다. 이글루스는 2008년 "지난 6월 촛불집회 때 엄청난 에너지와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10대들의 활약을 보며 언제까지 이 문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됐다"라며 회원가입 연령제한을 만 18세에서 14세로 낮췄다. 이때 이용자가 급증하며 분쟁도 늘었다.

특히 다른 사람의 글을 홈페이지 메인에 추천하는 '이오공감'에서 진보·보수 이용자 간 다툼이 심화했다. 이오공감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간 치러진 '이오지마 전투'에 비유해 '이오지마'로 부를 정도였다. 이에 염증을 느낀 이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대거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오지마는 2014년 폐지됐다.

국산 블로그 터줏대감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이용자도 많다. 현재 이글루스엔 "안녕 이글루스, 고마웠어요", "이글루스와 함께한 20년 진심으로 즐거웠다" 등의 글의 올라오고 있다. 이글루스는 20년간의 자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이날부터 오는 12월18일까지 데이터 백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글루스는 "그동안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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