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이 밝힌 최대 실수는 '부작위(omission)'의 실수입니다. 보험 자회사 가이코가 구글에 낸 광고 효과를 보고도 구글에 투자하지 않았고, 월마트 주식을 매입하다 주가가 소폭 오르자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주가는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등 멍거의 표현처럼 손가락만 빨다가 날려버린 기회가 많습니다.
1. 1962~1964년 버크셔 해서웨이

당시 버크셔는 공장을 하나씩 폐쇄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자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버핏은 버크셔에게 되팔 요량으로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했고 1964년 버크셔 소유주와 협상에 나섭니다.
버크셔 소유주는 버핏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11.5달러에 매입하기로 약속했는데, 나중에 버핏과의 약속을 어기고 11.375달러에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밝힙니다. 버핏과 약속한 가격보다 0.125달러가 낮은 금액입니다.
버핏은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결국 버크셔를 통째로 인수한 후 소유주를 해고합니다. 이후 버핏은 끊임없이 손실을 보면서도 20년 넘게 버크셔의 방직사업을 살리기 위해 골머리를 썩히지만, 결국에는 방직업을 포기하고 맙니다.
나중에 버핏은 똑같은 돈을 버크셔가 아니라 보험사에 투자해서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회사로 키웠더라면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는 더 높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습니다. 버핏이 말하는 투자 인생의 최대 실수가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입니다. 참 역설적으로 들리는 부분입니다.
2. 1975년 웜벡 방직회사(Waumbec Textile Company)버핏은 사양산업인 방직사업에 종사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걸 후회했지만, 10여년 뒤인 1975년 또다시 방직업체인 웜벡을 인수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2014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내가 1975년에 또다른 뉴잉글랜드 방직업체인 웜벡을 산 걸 여러분은 믿을 수 있나요?"라고 말을 꺼냅니다. 버핏은 "매입가격은 우리가 인수하는 자산과 버크셔와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에 비하면 헐값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웜벡 인수는 처참한 실수였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웜벡 인수에 대해, 버핏은 2017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면 새로운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반성했습니다.
버핏은 1985년에야 비로소 버크셔의 방직 사업부를 폐쇄하고 방직사업으로부터 해방됩니다. 하지만 버핏이 20년 넘게 방직사업을 위해 쏟은 시간과 자금을 다른 데에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버핏이 담배꽁초 투자 방식을 버리고 "적당한 회사를 훌륭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훨씬 낫다"는 투자철학으로 나아가는 데는 두 번에 걸친 방직업체 인수 실패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3. 1989년 US에어(USAir)

1990년대에 버핏이 자주 셀프 디스 소재로 삼은 게 US에어 투자입니다. 버핏은 1989년 US에어의 금리 9.25%짜리 전환우선주(CPS)에 3억58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전환가격은 60달러였지만, 당시 52달러였던 주가는 단 한 번도 60달러까지 상승하지 못했고 1995년에는 보유 지분가치가 매입가의 25% 수준인 8950만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버핏은 본전 가격에 팔 수 있게 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US에어 전환우선주를 팔아버렸습니다. 이후 US에어는 2002년 파산을 신청했으며 나중에 아메리칸에어라인에 합병됩니다.
버핏은 공개석상에서 항공사 주식을 사고 싶으면 800번으로 시작하는 무료전화에 전화를 걸어 항공주식에 중독됐다고 말하고 상담을 받는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4. 1993년 덱스터 슈(Dexter Shoe)1993년 버핏은 신발업체 덱스터 슈를 4억3300만달러어치인 버크셔의 클래스 A주 2만5203주를 주고 매수합니다. 당시 버크셔 주식의 1.6%에 달하는 수량입니다.
당시 덱스터 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발업체 중 하나였지만, 중국 등 개발도상국 등이 저렴한 노동력으로 싼 가격에 신발을 생산하면서 브랜드에 의존했던 덱스터 슈는 가격 경쟁력을 잃고 결국 파산합니다.
문제는 버크셔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지불한 건데요. 2007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현금으로 덱스터 슈를 인수하지 않은 걸 후회하며, 버크셔 주가로 계산한 덱스터 슈 인수가격이 35억달러가 넘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2014년 연례 주주서한에서는 덱스터 슈 인수를 위해 지불한 버크셔 주식 가치가 57억달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를 만한 금융 재난"이라고 버핏은 말했는데요, 지금 버크셔의 클래스 A주 가격인 약 51만6000달러로 계산하면 덱스터 슈의 인수가격은 130억달러(16조5000억원)로 늘어납니다. 버크셔 주식이 30년 동안 약 30배 올랐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금으로 지급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버핏은 지금은 주식으로 준 걸 더 아쉬워할 것 같습니다.
5. 2008년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2008년 유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때 정유업체들이 주주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자 투자자들이 정유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버핏도 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버핏은 그해 코노코필립스 주식을 대거 매입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2009년 2월 공개한 연례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찰리와 다른 사람의 충고 없이 나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을 때 코노코필립스 주식을 대량 사들였습니다. 나는 지난 반년간 에너지 가격이 극적으로 하락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버핏은 코노코필립스 주식 8500만주를 매입하기 위해 70억달러를 쏟아 부었고 주주서한을 공개할 당시 지분가치는 44억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버핏도 감정이 개입하거나 너무 서두르면 잘못된 투자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버핏은 '현명한 투자자' 서문을 위해 쓴 글에서 "성공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대단한 지능지수, 특별한 사업 통찰력 또는 내부자 정보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건전한 지적 체계와 이 체계를 감정이 방해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의 값비싼 투자 실수에도 불구하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버핏이 말한 것처럼 투자에서 실수는 불가피하며 핵심은 실수에서 배움으로서 "실수를 (최대한)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