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영화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박스오피스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과 배급사 3곳(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영화 목록은 수십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박스 배급의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의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도 수사 선상에 포함됐다.
박스오피스 순위 조작 의혹에 시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영화 표값 급등에 영화관을 찾기 꺼려지는데 더해 영화 선택의 기준이 되는 박스오피스 순위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는 것이다.
직장인 한모씨(29)는 "코로나 이후 영화 가격이 많이 올라 영화관에 가면 고심해서 고르는데 아무래도 박스오피스 순위가 높으면 눈길이 더 간다"며 "영화만큼 입소문이 중요한 경험재도 없는데 그 순위가 조작된 것이라면 소비자 기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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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씨(27)도 "인기가 높은 영화는 결말을 스포 당하기 싫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대화에서 소외되기 싫어 개봉 직후 챙겨보는 편"이라며 "이번 조작 의혹을 보고 그동안 순위는 높은데 재미 없었던 영화들을 의심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이번 수사가 영화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이 득세하며 위축됐던 영화 시장이 이번 일로 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순위 조작과 '영혼 보내기'와 같은 영화 팬덤 문화는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혼 보내기'는 특정 영화를 지지하기 위해 영화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표를 예매만 해 해당 영화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 평론가는 "관객들이 응원하고 싶은 영화에 대한 후원의 개념으로 예매만 하고 직접 영화관을 찾지 않는 방식으로 돕는 것이 문화가 되고 있는데 이 같은 행동까지 억울하게 순위 조작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