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男 병영국가', 日 태평양전쟁 때보다 현역 판정률 높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3.06.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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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병역이 먼저다①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은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은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으로 남성들의 현역병 판정 비율이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2021년 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한국의 19~20세 남자는 25만4400명에 불과했다. 2년 전인 2019년(32만3800명) 대비 21% 급감했다. 2021년 실시된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병 판정이 나온 남자는 21만1300명. 현역 판정률은 83%였다.

일본 군부의 '인명 경시' 풍조에 따라 태평양 전선에서 병사들을 자살 돌격으로 내몰던 1944년 일본 제국의 현역 판정률이 70%였다. 일본 리츠메이칸대가 옛 일본 군청 공문 등을 통해 제시한 추정치다. 1990년 우리나라의 현역 판정률은 64.2%였고, 1980년엔 45.4%에 불과했는데 이후 급등한 셈이다.



병역 자원 고갈의 영향으로 군 면제 등 현역병에서 제외되는 검사 대상자 비중이 거듭 줄어든 결과다. 오늘날 온몸을 용과 호랑이 문신으로 뒤덮고 키 175cm에 몸무게 105kg, 부동시인 3대 독자라도 군대는 가야 한다. 평발도 군화를 신고 행군해야 한다. 1990년대 2대 이상 독자 등에 허용된 6개월 방위 근무 제도가 폐지됐고 2021년엔 보충역 대상에서 전신 문신이 제외됐다. 시력 이상, 체질량지수(BMI), 편평족(평발) 등과 관련한 입대 기준도 완화돼 왔다.
'韓男 병영국가', 日 태평양전쟁 때보다 현역 판정률 높다
그럼에도 50만명 규모인 군 규모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20년도 더 된 저출산의 영향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와 병무청이 주관해 지난달 열린 병역제도 발전 포럼 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20만명이 병으로 입대해 18개월(1.5년) 군복무하는 방식으로 병사 규모를 30만명선으로 맞추고 있다. 그런데 2042년에는 병역판정검사 대상자가 12만명으로 추정돼 병사 규모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여군 비중은 미국 등에 비해 낮다. 군 간부 중 여군 비중은 2022년 8.8%(1만7000명)로 2020년 기준 총 병력의 18%가 여군인 미군에 한참 못 미친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 270만명 가운데 여군이 10% 이상을 차지했다. 이한호 성우회 회장이 지난달 포럼에서 "지금 출산율이 0.78명에 불과한데 여성도 군 복무를 못 할 이유가 없다"며 여성의 군 복무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속에 고갈되는 병역 자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이 이등병으로 수료하며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이 이등병으로 수료하며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군과 병무청은 성우회 측이 지난달 포럼에서 주장한 여 징집제 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병역 의무와 관련해 젠더 갈등이 불붙을까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극우 사이트에선 이른바 '독박 징병'과 관련해 "한남(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만든 세상"이라며 "민방위 질질 끌려가서 여성들한테 '양성평등' 교육이나 받고 온다"는 자조섞인 글들이 올라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군 내 성범죄' 등의 우려를 이유로 여성에 대한 징병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끊이지 않는다. 1948년 건국 이후 남녀 모두에게 병역 의무가 부과된 이스라엘을 비롯해 여성을 징병하는 국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있다. 이 국가들 역시 군 내 성범죄 문제 등을 겪고 있다.

병역 자원 부족이 제복 군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직업 군인 확충을 통해 징병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우회 산하 성우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인 노양규 예비역 육군 준장은 "직업성 보장 차원에서 복지, 사회적 예우를 보장해 주지 않고 군대에 비전이 없다면 젊은이들은 군대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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