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가상자산 운용업체 사고에 불똥터진 당국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박수현 기자 2023.06.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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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델리오홈페이지 /사진제공=델리오홈페이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운용업체인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정지 사태를 관망하던 금융당국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했던 델리오까지 출금을 막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당국이 신고 사업자 중 주로 거래소에 초점을 맞춰 관리·감독을 하다 보니 수년째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에 대한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단 의견이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델리오는 현재 FIU 가상자산 이전 및 보관·관리에 관해 신고한 9개 가상자산사업자(VASP) 중 한 곳이다. 델리오는 가상자산 이전, 보관·관리 업무 사업자로 2021년 9월 FIU에 접수해 지난해 2월 신고 수리됐다.



지난 13일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중단 사태가 터졌을 때까지만 해도 당국은 "수사권이 없다. 미신고 업자는 수사 영역"이라고 관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루인베스트는 FIU 가상자산 신고사업자는 아니었다. 지난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지만 접수하지 않았다.

업계 도미노 출금 중단 우려가 터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델리오는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고객들의 출금 요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다.

델리오는 가상자산 신고 사업자였다. 그런데도 사실상 당국의 시야 밖에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FIU는 전날 델리오가 출금 중단을 홈페이지에 공지한 뒤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FIU 관계자는 "델리오 대표와 소통하면서 실태 파악을 하고 있다"며 "직원 내부 문제가 있었는지, 사기인지 등은 수사당국과 같이 봐야 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14일 오후 '출입금지' 경고 문구가 붙어있는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내부는 에어컨이 켜진 채로 잠겨있었다. /사진=뉴시스[서울=뉴시스] 14일 오후 '출입금지' 경고 문구가 붙어있는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내부는 에어컨이 켜진 채로 잠겨있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FIU가 올 상반기 중 코인마켓 사업자와 지갑 사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계획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델리오 같은 지갑 사업자 대상으로 현장검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구체적인 가상자산 운용·예치 규모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자금세탁을 중심으로 주요 거래소 검사에 집중하면서다.

FIU 관계자는 "가상자산 자금세탁 중심으로 보다 보니, 거래 과정에서 주로 일어나는 불법·비정상적인 의심 거래에 대한 보고 위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국은 델리오와 하루인베스트가 가상자산 운용업계 1·2위라곤 하지만 실제 전체 가상자산 거래 규모 등을 따져보면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국 내부에서도 "저희와 수사당국이 좀 방치한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정된 인력, 규율체계 미비 등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준금융 서비스를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하루인베스트뿐 아니라 델리오에서도 투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당국 차원에서 손쓰기 힘든 상황이다. 당국 관계자는 "피해 규모 등이 구체화해야겠지만 민형사상 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느슨한 규제를 틈타 가상자산 예치·운용 서비스에 구멍이 터지면서 당국 감시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폰지사기의 경우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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