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사업 팔라? 동의 못해"…구글, EU와 반독점 법적 분쟁 예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6.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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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관련 심사보고서에서 "일부 매각 필요"…
구글 "사업 좁은 측면에만 초점, 관련 대응에 나설 것"

/AP=뉴시스/AP=뉴시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 내 반독점법 관련 유럽연합(EU)과의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EU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구글의 애드테크 사업부 일부 매각의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EU가 반독점법 위반 관련 구글의 주요 사업 일부 매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작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관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표했다. 심사보고서는 반독점법 위반 관련 예비 조사를 통해 확인된 법적 위반 사항을 담은 공식 문서로, 당국은 이를 기반으로 추가 조사를 벌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구글이 디지털 광고 플랫폼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통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지적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글의 광고 서비스 일부를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구글이 자사 광고 서버인 DFP를 통해 진행되는 광고 입찰 과정에서 AdX 측에 경쟁사가 제시한 입찰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또 이런 행위가 최소 2014년부터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미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구글의 AdX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경쟁사보다 자체 광고 교환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광고 기술 공급망에서 구글의 중심적인 역할과 서비스에 대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구글의 능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구글의 (광고시장) 경쟁자들뿐만 아니라 광고주들의 (광고)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구글의 불법 행위가 최종 확인되면 관련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광고 사업 일부 매각 명령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 /AFPBBNews=뉴스1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 /AFPBBNews=뉴스1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집행위원회의 예비적 견해는 구글이 서비스 일부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만 경쟁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특정 기업에 사업) 매각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했다. EU는 아직 구글 측에 정식으로 광고 사업 일부 매각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EU가 구글의 반독점 위반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 매각 명령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은 알파벳의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 특히 구글의 애드테크 사업은 1분기 광고 매출 545억달러(약 69조5910억원) 중 약 14%를 차지했다.

구글은 EU 집행위원회의 심사보고서에 반박하며 사업 매각 명령이 이뤄지면 그에 상응한 대응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구글의 글로벌 광고 담당 부사장인 댄 테일러는 성명에서 "구글은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에서 퍼블리셔 및 광고주 파트너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EU) 집행위원회 조사는 우리 광고 사업의 좁은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집행위원회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구글/사진=구글
주요 외신은 EU가 반독점법 위반 관련 기업의 주요 사업 일부 매각을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AP통신은 "EU는 앞서 구글에 대한 3건의 반독점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거액의 벌금만 부과했을 뿐, 사업 매각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EU 집행위원회는 거액의 벌금 부과 명령이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막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사업 부분 매각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U는 반독점 위반을 이유로 2017년 이후 구글에 세 차례의 벌금을 부과했고, 벌금액은 80억유로(약 11조787억원) 이상에 달한다.

외신은 또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빅테크 규제 행보와 일치한다고도 봤다. 미 법무부는 지난 1월 구글의 디지털 광고 반독점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AdX 등 구글의 광고 관리 플랫폼을 시장에서 퇴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구글은 미 법무부와의 소송을 막고자 애드테크 사업 일부는 모회사 알파벳 산하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미국 정부 측은 완전 매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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