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후 연내 2번 더 올린다는 연준…"지킬 & 하이드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06.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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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금리 동결 후 연내 2번 더 올린다는 연준…"지킬 & 하이드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하긴 했으나 올 하반기에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금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예상했던 '매파적 동결'이었지만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다.

그간 긴축 영향 보기 위해 금리 동결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5.0~5.25%로 동결했다. 지난해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금리를 올리지 않고 지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은 FOMC 성명서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 목표 금리 범위를 유지함으로써 위원회는 추가적인 정보와 그것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동결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 고려할 때 목표 금리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신중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위원회는 통화정책의 누적적인 긴축 효과와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시간, 경제 및 금융 상황의 전개 등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7월에 금리 인상 재개할 수도
하지만 연준은 이번 금리 동결이 긴축 사이클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다각도로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FOMC 거의 모든 위원들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25~26일 FOMC에서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과 살아있는 회의가 될 것이란 점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7월 FOMC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정책 금리를 총 5%포인트 인상하고 연준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시장에 팔아) 계속 줄여가고 있지만 긴축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에서도 18명 가운데 16명이 올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가장 많은 9명의 위원들이 올해 최고 금리를 5.5~5.75%로 예상해 0.25%포인트씩 2번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안에 1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은 4명이었다. 3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도 2명 있었고 심지어 4번의 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도 한 명 있었다.

올해 금리를 5~5.25%로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2명뿐이었고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 점도표
지난 3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최고 금리를 5~5.25%로 전망한 위원들이 가장 많았는데 이번에는 대다수의 전망치가 이보다 0.5%포인트 더 올라간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시장의 예상보다 0.25%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이날 FOMC 전까지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은 6월 금리 동결 후 7월에 한 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내년 금리 전망치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가장 많은 6명의 위원들이 내년 금리를 4.25~4.5%로 예상했지만 10명이 4.5% 이상을 예상해 내년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6%로 올라갔다. 이는 지난 3월 금리 전망치 중간값인 4.3%보다 높아진 것이다.

내년 금리가 4.6%, 즉 4.5~4.75%라면 현재 5.0~5.25%보다 0.5%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2025년 금리 전망치 중간값도 기존 3.1%에서 3.4%로 올라갔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상당 수준으로 떨어지는 때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주장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재개? 기준이 없다
이날 FOMC와 금리 점도표,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연준은 이번 금리 동결이 긴축의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파월 의장이 연준 내 상당수를 차지하는 매파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7월에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시타델 증권의 마이클 드 패스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연준으로선 소통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금리 인상을 중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몸에 두 인격이 사는 '지킬과 하이드'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해지펀드 포인트72 자산관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딘 마키도 WSJ에 "지난 3월 은행위기로 연준이 금리를 덜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이유를 그럴 듯 하게 방어하고 있지만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덜 명확해졌고 다음에 다시 금리를 올릴 때 기준이 뭔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연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후 현재 드레퓌스 & 멜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지내고 있는 빈센트 라인하트는 "다음 금리 인상은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는 아마도 조금 더 모호할 것"이라며 "(7월25~26일 FOMC 때까지) 6주 후에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6주 후에는 더 많은 것을 알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6주 후에는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날 연준의 '매파적 금리 동결' 이후 미국의 2년물 국채수익률은 0.013%포인트 오른 4.707%를 나타내며 지난 3월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796%로 0.042%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증시는 이날 상승하다 올 하반기 2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표 공개 후 하락 반전했다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동안 다우존스지수는 낙폭을 줄여 0.7% 하락 마감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상승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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