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우리에게 용기가 있다면

머니투데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2023.06.16 02:05
글자크기
나석권 원장나석권 원장


최근에 의미 있게 읽은 책이 있다. '우리에게 보통의 용기가 있다면'이라는 책인데 저자가 독특하다. 200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였던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 세스 고딘이 중심이 돼 전 세계 90여개국 30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탄소연감네트워크)에서 한 편씩 모은 글로 잘 짜깁기한 책이었다.

현재의 탄소 대재앙을 이끄는 4가지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석탄, 연소, 소(cow), 그리고 콘크리트를 들었다. 석탄은 전 세계 배출량의 25%에 달하는 최대의 단일 배출원이고 현재 14억마리인 소는 마리당 연 100㎏에 해당하는 메탄을 배출하며 콘크리트는 배출량의 8%를 차지할 뿐 아니라 지난 40년간 1인당 생산량이 3배로 증가하면서 그 폐해가 날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는 어디로 갈까. 인류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약 340억톤인데 이 중 30%는 식물과 토양이, 25%는 해양이 흡수하는데 문제는 대기 중에 방치되는 나머지 45%가 기후위기의 주범인 셈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인간의 생활방식도 기후재앙에 크게 기여한다고 봤다. 어느 순간 우리는 '편리함이 좋은 것'이라는 편의 만능주의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에는 목적지만 있을 뿐 여정이 고려되지 않아서 편리함은 재앙과 같은 거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편리함의 횡포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포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새로운 개념으로 '탄소잠김'(Carbon Lock-In)을 소개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술혁신 체계와 사회기술 시스템에 인류가 관성화·습관화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세상만사에는 '잠김(Lock-In)의 순환'이 일어나는데 신기술이 개발되면 이를 활용하는 전문기업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대변화가 발생하고 종국에는 이 변화를 제도화하는 규제와 제도가 등장하는 사이클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는 화석연료 시스템에 투자된 거대자산과 안정화한 관성으로 인해 전면적인 기술변화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줄이는 지속가능기술이 새로운 잠김의 순환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경제주체들의 새로운 '용기'가 필요하다.



이때 유념해야 하는 것이 '탄소불평등'이라고 한다. 가장 부유한 1%는 전 세계 배출량의 15%를 책임지지만 가장 가난한 50%는 고작 7%의 책임을 지는 불평등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탄소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보통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세계 각국이 배출량 감축을 위해 어떻게 '게임'을 하게 할까를 화두로 던진다. 그 결과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모든 경제주체에 같은 인센티브를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이 인센티브는 협력과 호혜성에 대한 보상이어야 하며 무임승차의 유혹을 차단하는 새로운 장치여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을 따르는 경제주체자들에게 새로운 보상시장이 형성돼야 하는데 탄소포집에는 배당금을, 탄소배출에는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탄소잠김을 깨고자 하는 '보통 이상의 용기'며 우리는 이 게임을 어떻게 풀지 큰 '숙제'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