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최대 12% 준다더니 입출금 중단...코인 예치 '먹튀 공포'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박수현 기자 2023.06.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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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하루 인베스트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텔레그램 취미생활방13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하루 인베스트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텔레그램 취미생활방


"매일 최대 12% 수익 창출, 언제든 수익 인출."

국내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 업체인 하루인베스트가 갑자기 입출금서비스를 중단하며 '먹튀' 우려가 확산됐다. 최대 연 12%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언제든 출금이 자유롭다며 투자자를 사로잡았지만 돌연 강남 사무실 문을 닫고 회사 SNS도 폐쇄하면서 '러그풀(Rug Pull·투자 회수 사기 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는 전날 9시40분(한국시간)부터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도 하루인베스트 대상 디지털자산 입출금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투자자들은 하루인베스트에 맡긴 자금을 떼일까 전전긍긍한다. 한 투자자는 "사무실까지 폐쇄하고 먹튀인 것 같다, 돈 떼일까 무섭다"고 말했다.



하루인베스트는 "러그풀에 대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내부 점검 과정을 통해 위탁업체가 제공한 특정 정보가 허위로 의심되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해당 사업자에 대한 진상 조사 절차를 진행 중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 공포' 미등록 사업자는 금융당국 관할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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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파이 악몽에 이어 하루인베스트먼트의 먹튀 의혹이 제기되며 가상자산 업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파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운영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다. 지난해 연말 실제 고파이를 운용했던 제네시스글로벌캐피탈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사태 여파로 파산하면서 고파이 원리금 지급이 중단됐다.

다만 고팍스는 책임지고 고파이 원금과 이자 상환을 약속했다. 물론 아직 모든 투자자가 피해 보상받지는 못했다. 다만 이 건은 금융당국이 고팍스 인수를 결정한 바이낸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수리해주면 바로 지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는 투자자 신뢰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고 원금 이외 지연이자까지 예금자 보호를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반면 하루인베스트는 사기의 영역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지난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지만 가상자산사업자 신청은 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FIU(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당국은 수사권이 없다. 미신고 업자는 수사 영역"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면 피해 규모가 몇천억원 단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운용 규모가 몇천억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들도 당장 입출금을 급히 막은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루인베스트 어떤 곳? "무위험 차익거래" 홍보
하루인베스트는 국내 블록체인 액셀레이터 '블록크래프터스'가 설립한 가상자산 운용사다. 하루인베스트 법인은 싱가포르에 등록돼 있고 국내에는 하루인베스트코리아를 두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도 운영해왔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는 140여개국에서 8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운용업계에서 델리오에 이어 2위로 평가됐다.

하루인베스트의 수익 전략은 차익거래(아비트리지)다. 가상자산 거래소간 가격 격차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전 세계 수천개 코인 거래소가 24시간 운영되는데 증권거래소와 달리 코인거래소간 가격 차가 난다. 전 세계 모든 거래소를 초 단위까지 쪼개서 오가면서 이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투자 기법이 무위험 차익거래라 손실을 볼 확률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활용하는데 시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1년간 연 25%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루인베스트가 제공하는 예치 상품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공하는 스테이킹은 다른 개념이다. 예치는 서비스 사업자가 차익 거래를 통해 이자를 충당하는데 거래소의 스테이킹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는 검증 작업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다

'러그풀' 논란... 다른 예치 사업자들은 '선긋기'
/사진제공=하루인베스트 홈페이지/사진제공=하루인베스트 홈페이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는 사내 트레이딩(거래)팀을 운용해 고객 예치금의 100%를 사내 트레이딩, 글로벌 자산운용 파트너와 함께 관리한다고 돼 있다. 일각에선 일부는 직접 운용하고 일부는 파트너사에 맡기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높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일부 고위험 트레이딩을 했다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운용업계도 긴장 상태다. 비슷한 구조로 예치 서비스를 운용하는 업체들은 일제히 선 긋기에 나섰다. 델리오와 샌드뱅크, 헤이비트, 에이엠매니지먼트 등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중 델리오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도 마쳤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외부 운용을 한자릿수로 유지하고 자체 운용을 하고 있다"며 "또 고객 자산과 자체 자금을 분리 보관해 만약의 사태가 터지더라도 고객 자금을 모두 돌려드릴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중 에이엠매니지먼트 대표도 "100% 자체 알고리즘으로 운영 중이고 외부 위탁을 하고 있지 않다"며 "플랫폼도 예치가 아니라 고객 거래소 계좌 API를 연동해 운영(트레이딩)을 하고 있어 하루인베스트와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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