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슬립테크' 중심에 선 코골이 베개...수면재혼 이끌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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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혁신상 '텐마인즈 모션필로우' 2주 체험기

[체험기]'슬립테크' 중심에 선 코골이 베개...수면재혼 이끌까


결혼 전 '각방은 없다'던 서약은 13년만에 깨져버렸다. 원인은 갈수록 높아지는 기자의 코골이 데시벨 때문이다. 잠귀에 밝은 아내는 결국 올해 초 침실을 뛰쳐나갔다. 이른바 '수면이혼'(sleep divorce)을 당한 것이다

해법을 찾기 몇 개월, "수술 가성비가 안나온다"는 병원 상담을 받고 낙심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코골이 방지용 수면베개를 체험할 기회가 생겨서다. 이 베개로 데시벨을 낮춰 '수면재혼'을 하겠다는 희망회로가 가동됐다.



체험제품은 텐마인즈 모션필로우. CES 2020 혁신상 3차례 수상한, 슬립테크(Sleep Tech) 대표사례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슬립테크는 잠을 뜻하는 슬립(Sleep)과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결합한 단어다. 이런 '수면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업계 추산 3조원으로, 10여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성장할 만큼 주목받는 분야다.

모션필로우의 코골이 제어 기술의 원리는 수면이혼 전 아내의 역할(?)과 비슷했다. 기자가 코를 골면 살짝 흔들어서 자세를 고쳐주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모션필로우는 가까운 곳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코 고는 소리를 인지하면 베개를 부풀어오르게 해서 머리를 움직여준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있다. 사용자의 코 고는 소음을 학습한 모션시스템은 상황이 발생하면 베개에 있는 4개의 에어백을 제어한다.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면 머리가 낮은 쪽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코 고는 소리가 줄어들면 에어백이 원상태로 수축한다.



[체험기]'슬립테크' 중심에 선 코골이 베개...수면재혼 이끌까
모션필로우는 크게 2개로 나뉜다. 하나는 에어백이 장착된 베개 부문, 다른 하나는 소리를 인지하고 공기를 보내는 본체 부문이다. 베개는 푹신한 폼 형태로 베개 자체의 기능이 충분할만큼 편안하다. 본체 부분에 전원 코드와 에어펌프 코드를 연결하면 작동 준비가 끝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의 수면정보가 나타나는데 얼마나 코를 골았고 에어백이 작동했는지 보여준다. 개인의 수면정보를 수치로 보여주고 심지어 본인의 코 고는 소리도 녹음해준다.

2주간 사용해봤다. 평소 쓰던 것과 다른 탓인지 처음 사용할 때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얕은 잠에 빠졌을 때 코를 골면 베개가 부풀어올라 잠을 깨웠다. 베개에 에어가 주입되는 소리도 신경쓰였다. 무엇보다 옆으로 자는 습관을 지닌 기자에게는 부풀어오르는 에어백의 위치에 따라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똑바로 잠을 청했지만 바뀐 수면자세 때문인지 여러번 뒤척여야했다. 새벽녘에야 잠이 드는 날이 많았다. 잠결에 기존에 사용하는 베개로 갈아치우기도 했다.

1주일이 지나자 약간 적응이 됐다. 얕은 잠에 빠졌을 때 에어펌프의 움직임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그런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깊은 잠에 빠지면 베개가 작동했는지도 몰랐다. 밤새 모션필로우가 작동했다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에 남겨진 기록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코골이 소음은 대략 20% 감소했다. 다만 깊은 잠에서 코 고는 빈도는 여전했고 베개가 자세를 잡아주는 것에 한계가 있어보였다. 아내가 며칠 합방했다가 다시 '수면이혼' 상태로 돌아간 게 그 증거다. 옆으로 자는 습관을 지닌 소비자에게는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바꿔 말하면 똑바로 자는 습관을 가진 소비자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코골이만 잡아준다면 87만원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는 충분히 있다. 단 사전 체험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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