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을 찾기 몇 개월, "수술 가성비가 안나온다"는 병원 상담을 받고 낙심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코골이 방지용 수면베개를 체험할 기회가 생겨서다. 이 베개로 데시벨을 낮춰 '수면재혼'을 하겠다는 희망회로가 가동됐다.
모션필로우의 코골이 제어 기술의 원리는 수면이혼 전 아내의 역할(?)과 비슷했다. 기자가 코를 골면 살짝 흔들어서 자세를 고쳐주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모션필로우는 가까운 곳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코 고는 소리를 인지하면 베개를 부풀어오르게 해서 머리를 움직여준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있다. 사용자의 코 고는 소음을 학습한 모션시스템은 상황이 발생하면 베개에 있는 4개의 에어백을 제어한다.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면 머리가 낮은 쪽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코 고는 소리가 줄어들면 에어백이 원상태로 수축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의 수면정보가 나타나는데 얼마나 코를 골았고 에어백이 작동했는지 보여준다. 개인의 수면정보를 수치로 보여주고 심지어 본인의 코 고는 소리도 녹음해준다.
2주간 사용해봤다. 평소 쓰던 것과 다른 탓인지 처음 사용할 때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얕은 잠에 빠졌을 때 코를 골면 베개가 부풀어올라 잠을 깨웠다. 베개에 에어가 주입되는 소리도 신경쓰였다. 무엇보다 옆으로 자는 습관을 지닌 기자에게는 부풀어오르는 에어백의 위치에 따라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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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똑바로 잠을 청했지만 바뀐 수면자세 때문인지 여러번 뒤척여야했다. 새벽녘에야 잠이 드는 날이 많았다. 잠결에 기존에 사용하는 베개로 갈아치우기도 했다.
1주일이 지나자 약간 적응이 됐다. 얕은 잠에 빠졌을 때 에어펌프의 움직임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그런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깊은 잠에 빠지면 베개가 작동했는지도 몰랐다. 밤새 모션필로우가 작동했다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에 남겨진 기록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코골이 소음은 대략 20% 감소했다. 다만 깊은 잠에서 코 고는 빈도는 여전했고 베개가 자세를 잡아주는 것에 한계가 있어보였다. 아내가 며칠 합방했다가 다시 '수면이혼' 상태로 돌아간 게 그 증거다. 옆으로 자는 습관을 지닌 소비자에게는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바꿔 말하면 똑바로 자는 습관을 가진 소비자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코골이만 잡아준다면 87만원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는 충분히 있다. 단 사전 체험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