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오지환이 왜 '스무살 유격수'에 감탄하는가, "그때 나보다 여유 느껴져" 엄지 척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2023.06.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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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현이 13일 잠실 LG전에서 4회 말 김영웅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후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삼성 이재현이 13일 잠실 LG전에서 4회 말 김영웅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후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 이재현.삼성 이재현.
"이재현은 같은 나이대의 나보다 더 여유로움이 있는 것 같다." (삼성 박진만 감독)

박진만(47)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지도자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말할 때도 있다. 그런 박 감독도 최근 칭찬을 아끼지 않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2년 차 유격수 이재현(20)이었다.

지난 13일 삼성과 LG 트윈스의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경기 전 박 감독은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재현을 언급했다. 이재현은 지난 4월 발표된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어갔으나 팀 동료 김지찬(22)과 원태인(23)이 뽑히고 본인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박 감독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이재현은 같은 나이의 나보다 여유로움이 있다"면서 "내 2년 차 때는 무조건 '강'으로만 갔지 저런 여유로움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은 경험을 통해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한 박 감독은 "이재현은 타자의 성향에 따라 (수비에서) 강약조절을 하는 모습이 있다. '좀 더 성숙해지고 있구나' (싶다)"고 했다.

1996년 고졸 신인으로 프로에 입문한 박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69) 전 감독의 조련 속에 한해 한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000시즌을 기점으로 잠재력이 폭발, 그해 열린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유격수로 활약했다. 그런 '국민유격수'가 또다른 후배에게 전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이재현. /사진=뉴시스삼성 이재현. /사진=뉴시스
서울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이재현은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75경기에 출전, 75경기에서 홈런 7방을 터트리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고졸 1년 차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장면도 종종 연출했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 김상수(33)가 FA(프리에이전트)를 통해 KT 위즈로 이적하면서 이재현은 주전 자리와 등번호 7번을 인계받았다. 특히 7번은 박 감독이 선수 시절 달았던 번호여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올 시즌 붙박이 유격수로 활약 중인 이재현은 몇 가지 발전한 점이 눈에 띈다. 타율은 여전히 2할대 초반이지만(2022년 0.235, 2023년 0.221) 지난해 239타석에서 단 5개였던 볼넷이 13일 기준 222타석에서 17개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유격수로 380⅓이닝에 나와 7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476이닝에 나오면서도 5개로 줄었다.

이재현의 수비 모습.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이재현의 수비 모습.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날 경기에서도 이재현은 호수비를 펼쳤다. 1-1로 맞서던 8회 말 1사 2루에서 LG 오스틴 딘이 3-유간 깊은 타구를 날렸다. 그런데 이재현이 백핸드로 타구의 길목을 차단했고, 노스텝으로 1루까지 정확하게 송구해 타자를 잡아냈다. 마치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는 오지환(33·LG)을 보는 듯했다. 비록 오지환 타석에서 제대로 포구를 하지 못하며 결승점을 내줬지만, 빠른 타구였고 주자에 가려지면서 잡기 쉽지 않았기에 기록원도 안타로 판정했을 정도였다.


그 오지환도 이재현을 눈여겨보고 있다. 후배 유격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본다는 오지환은 김주원(21·NC 다이노스)과 함께 이재현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이재현은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5~6년 차 됐을 때는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조언을 남겼다.

'국민유격수'와 현재 최고 유격수의 관심 속에 이재현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박 감독은 "(이재현은) 아직 창창하다. 아직 (연 나이) 스물하나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가 있다"면서 "경험을 쌓다 보면 다음 대회 때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될 수 있게 성장해야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재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이재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재현의 수비 장면.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이재현의 수비 장면.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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