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서 희망 본 '백신패치'…국내사도 독감·B형간염 등서 성과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3.06.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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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 홍역 백신 임상 1/2상 긍정적 결과 확인…첫 상용화 가능성↑
기존 주사제 대비 높은 투약 편의성 및 보관성에 소외지역 접종률 제고 가능
국내선 라파스·GC녹십자·주빅 등 행보 눈길…'다양성은 라파스, 속도는 GC녹십자'

홍역서 희망 본 '백신패치'…국내사도 독감·B형간염 등서 성과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을 활용한 '백신패치' 분야 성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글로벌 선두업체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이 홍역 관련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확인하면서다. 국내사는 B형간염과 인플루엔자(독감), 장티푸스 백신패치 개발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기업의 뒤를 쫓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은 최근 홍역·풍진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니들 백신 패치 임상 1/2상 시험 결과, 임상군 모두에서 높은 항체 반응률을 확인했다. 영유아를 포함한 백신패치 임상 중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은 성인 45명과 영유아 240명(9~10개월 120명, 15~18개월 120명) 등 총 285명이 참여했다. 패치를 통한 백신 주입 42일 후 면역원성 결과에서 기존 주사제 대비 조금 우월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홍역·풍진 면역반응이 확인됐다. 특히 임상참여 영유아 부모의 90% 이상은 백신패치가 주사제 보다 나은 백신 접종법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 백신은 동전크기의 패치를 손목에 붙인 뒤 누르면,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백신이 주입되는 형태다.

홍역은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급성열성질환이다. 한번 걸린 후 회복되면 평생 면역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염자와 접촉한 90% 이상이 발병할 만큼 강력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 1960년대 일찌감치 생백신이 등장해 국내에선 2000년대 이후 들어 홍역 사망자가 자취를 감췄지만, 백신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등에선 여전히 사망자가 발생 중이다.



지난 1997년에 조지아 공대에서 처음 소개된 마이크로니들은 피부 장벽인 각질층을 통과시켜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한 패치 제형은 편의성에 기존 주사기 효능까지 결합돼 화장품은 물론, 의약품과 백신 등에서 차세대 약물전달체계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억440만달러(약 7700억원)였던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6.5% 성장해 2030년 12억390만달러(약 1조53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백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면 이를 포함한 의약품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백신패치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개발사들의 궁극적 목표로 꼽힌다. 공중보건에 대한 기여도는 물론, 아직 상용화 제품이 없어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100여개 기업이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패권을 쥔 곳은 없다. 백신패치는 액상형태의 백신을 주사기에 옮겨 접종하는 기존 백신에 비해 보관이나 운반성, 접종 편의성이 월등히 높지만 그만큼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번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 임상 결과에 전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선 라파스 (25,000원 ▼500 -1.96%)와 GC녹십자 (127,000원 ▼600 -0.47%), 주빅 등이 백신패치 개발에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국내 최초의 마이크로니들 전문 개발사 라파스는 B형간염 백신 임상 본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 유도 효과 확인 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글로벌 최대 백신생산 업체로 꼽히는 인도 기업(비공개)과 지난 4월 백신 물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업은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이 백신 물질을 공급받은 곳이기도 하다. 올해 비임상을 완료하고 내년 본임상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B형간염 외 소아마비와 부스터용 결핵 백신도 패치형으로 개발 중이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 테크놀로지와 패치형 인플루엔자 백신 'MIMIX-Flu'를 개발하고 있다. 독자적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패치 기반 피하 약물전달 시스템을 보유한 백세스와의 맞손을 통해 백신명가 강점을 십분 살려냈다. 지난 7일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관찰한 임상 1상 결과 발표를 통해 높은 면역원성과 교차반응까지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개발사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연세대학교 교원창업으로 탄생한 바이오벤처 주빅도 지난 2월 글로벌 백신제조기업 바이오로지컬E와 패치형 장티푸스 접합 백신(TCV)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계약을 체결했다. 주빅은 이미 시판 중인 TCV 원료를 받아 마이크로니들 제형화 연구를 수행한다. 우선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면역 반응을 확인한 뒤, 품목허가를 목표로 한 개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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