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 월급으로 나간다…'大적자시대' 고임금 딜레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3.06.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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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플레이션의 역습-(2)]투자 마중물 시급한데…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인건비

광화문광장 개장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마무리 공사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광화문광장 개장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마무리 공사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SK하이닉스를 보는 재계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2년 전에 벌어졌던 연봉인상 갈등이 올해 다시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배경은 전혀 달라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3조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12년 3분기 이후 10년만에 첫 분기적자다. 7월 중 진행될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을 놓고 전운이 감돈다.

2년 전엔 여건이 달랐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연봉 산정 기준이 된 2020년 연간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고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비해 적은 연봉의 20% PS(초과이익분배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직원들이 '뿔'났다.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을 반납하고 기본급의 200% 수준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하고서야 사태가 봉합됐다.



다시 상황이 달라져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봤지만 SK하이닉스의 인건비 부담은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인건비로 1조4421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1조8073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28.3%로 최근 4년 중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 100만원을 올리면 거의 30만원을 인건비로 쓴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도 상황이 복잡하다. 최초 4.1% 인상에 노사협의회가 합의했지만 노조가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조정 중이다. 노조는 10%대 인상률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15.2%다. SK하이닉스에 비해서는 낮지만 역시 4년 새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인건비 증가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제조업엔 외면하기 힘든 부담이다. 배터리업계 사례가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3사가 미국에 계획한 투자만 2025년까지 40조원에 이른다. 계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실적의 마중물을 부어야 하지만,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앞세워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LG엔솔은 지난해 무려 19차례나 교섭해 7.29% 인상률을 확정했는데, 올해는 노조가 호봉승급 외에 11.26% 인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삼성SDI도 직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삼성전자 사례와 마찬가지로 노조가 임협 타결을 거부, 갈등에 불이 붙었다.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선진국 대비 고용유연성이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더 들어가는 이중고 구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집계한 2021년 일본 평균 임금은 3만9711달러(약 5000만원)였는데, 한국은 4만2747달러(약 5500만원)였다. 수년 새 이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만큼이나 주주들의 이익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계약직 비중이 높고 성과기반 급여가 정착된 증권업계 등이 지난해 실적 감소에 평균 급여도 감소하는 정상적 흐름을 보인 점에도 눈길이 간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높은 임금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작업 만큼이나 자금사정을 양호하게 가져가는 점도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 노사가 공감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주인 격인 주주들도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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