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펀드, DB하이텍에 회계장부·이사회의사록 열람 가처분 신청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6.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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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보호를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사진=DB하이텍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사진=DB하이텍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는 지난 9일 DB하이텍 (52,700원 ▲1,900 +3.74%)에 회계장부열람과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의 주식 312만8300주(지분율 7.05%)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KCGI 지난달 4일 DB하이텍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내용 설명과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DB하이텍은 자료 준비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답변했다. KCGI가 요청한 답변 시한인 지난달 26일까지 DB하이텍의 응답이 없자, KCGI 측은 지난 1일 DB하이텍에 보낸 주주 서한을 공개했다. 이후 지난 7일 DB하이텍은 KCGI의 자료요청에 대한 회신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KCGI 측은 DB하이텍의 회신공문 내용이 자기변명적 설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KCGI 측은 "DB 하이텍은 KCGI 가 주주 서한을 공개한 후 뒤늦게 KCGI 의 자료 요청에 응답했으나 구태의연한 경영행태에 대한 형식적인 변명뿐이었고, 주요 사항에 대한 응답은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와 소통에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했고, 기업가치 훼손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자료 은닉과 폐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주주권 보호를 위해 어떠한 형태의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CGI는 DB하이텍이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KCGI 측은 "DB하이텍이 자사주 매입과 물적분할을 진행하는 것이 의도적으로 DB Inc.의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고자 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DB하이텍이 사실상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라 할 수 있는 계열회사와 진행한 약 660억원 규모의 내부거래가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김남호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이 보수로 각각 37억원, 31억원을 받은 점, DB하이텍이 거액의 기부금을 김준기문화재단 등에 지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KCGI는 DB하이텍이 불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고, 적절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KCGI 측은 "DB하이텍은 DB메탈의 유상증자 및 구주 매매에 참여해 DB메탈 주식을 취득한 직후 바로 손상차손을 인식했다"며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이 아닌 DB하이텍 주주의 이익을 가장 우선해야 함에도 해당 의사결정으로 DB그룹 즉,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DB하이텍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KCGI는 DB하이텍이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CGI 측은 "DB하이텍 경영진이 회사의 발전과 그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당사의 자료제공 요청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래 들어 그룹 모회사 DB Inc.와 DB메탈 간의 합병에 관한 풍문이 도는 등 DB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도 KCGI는 주주로서 DB하이텍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 경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어떠한 유형의 대응도 가리지 않고 수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DB하이텍은 KCGI가 회계장부열람과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DB하이텍 측은 "KCGI의 대면 협의 요구를 수락하고 곧 있을 협의를 위해 성의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회계장부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KCGI 측이 과연 주주간 대화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CGI가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매출액 1조7000억원 중 계열사간 거래금액은 500억원으로 약 3%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예금상품의 경우에도 총 9000억원 중 계열금융회사 거래금액은 700억원에 불과하다"며 "높은 수익률을 고려해 투자한 것인데 마치 문제가 있는 계열사간 거래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유감스럽지만 그래도 향후 KCGI와 대면협의 과정을 통해 필요하다면 추가 설명 등 성의껏 대화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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