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낳았네요, 무조건 승진"…'상상을 현실로' 꿈의 기업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유효송 기자, 오상헌 기자, 김세관 기자, 유엄식 기자, 김민우 기자 2023.06.1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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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②비실현 정책은 허사..인구위기에 움직이는 민간 영역

편집자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가정을 꾸린 뒤에도 애를 낳지 않는다. 이미 한국은 '1등 저출산 국가'란 벼랑끝에 섰다. '인구감소'는 '절벽'과 '재앙'을 건너 '국가소멸'이란 불안한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란 체념보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으로 판을 바꿀 '룬샷(Loonshot)'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과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띵동(Think童)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제 모두 함께 출산이 축복이 되는 희망의 알람, '띵동'을 울릴 시간이다.

"셋째 낳았네요, 무조건 승진"…'상상을 현실로' 꿈의 기업들


김종훈 한미글로벌 (16,350원 ▲70 +0.43%) 회장은 인구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은 기업인이다. 그의 관심은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건설사업관리 기업인 한미글로벌은 인구문제에 있어 상상력을 실행력으로 옮긴 기업이다. 최근엔 셋째 자녀를 낳은 직원을 대상으로 승진 연한이나 고과 등과 상관 없이 한 직급을 바로 승진시키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한미글로벌은 이전에도 출산·육아 친화적인 사내 제도가 많았던 곳이다. 출산지원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했고 육아휴직도 최대 2년까지 쓸 수 있다. 학자금은 자녀수에 상관 없이 지원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다자녀 승진제도와 주택구입 지원대출까지 도입했다. 결혼을 앞둔 직원은 무이자 5000만원, 2% 금리 5000만원의 사내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합계출산율 0.78명의 시대, '초저출산 1등 국가'라는 타이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민간 기업들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구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민간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저출산 대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과 인적투자의 개념까지 합쳐진 결과다.

기업들이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포스코도 저출산 극복의 희망벨을 울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18년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하면서 기업 차원의 저출산 해결을 위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육아기 재택근무와 출산장려금(최대 500만원), 신혼여행 지원금(200만원) 등이 대표적인 '포스코형 모델'이다. 2자녀 이하인 경우에도 8000만원 한도에서 장학금을 지급한다.



포스코는 최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에 사내 제도의 효과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분석 과정에서 "기업의 사내 가족출산친화 복지제도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혼인·출산 의향으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내 제도를 어떻게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운영할지, 더 필요한 제도는 없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 계열사에 여성 자동육아휴직 제도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출산한 여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사의 결재 없이 육아휴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며 "남성 직원들 역시 육아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과 정부 지원금 차액을 회사가 전액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출산·육아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다수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8,070원 ▼30 -0.37%)는 둘째 1000만원, 셋째 이상 3000만원의 출산 지원금을 지급해 우리사주를 구입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혼 추세를 감안해 최대 200만원의 난자 냉동 비용도 지원한다. HD현대 (66,000원 ▲1,300 +2.01%)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은 초등학교 입학 전 3년 동안 자녀당 교육비 1800만원을 지급한다.


정부도 세제혜택 검토..스타트업 활약도 주목
CJ (145,500원 ▲12,700 +9.56%)그룹은 초등학교 자녀의 '입학 돌봄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해 1년 동안 하루 1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교육격차 해소 프로그램 '라스쿨'(La School)처럼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인구 문제에 접근하는 곳도 있다. 라스쿨 고등학생 과정의 경우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대학생 멘토를 연계해준다.

정부도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 가령 기업이 출산이나 보육과 관련한 지원을 할 경우 이를 경비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두드러진 또 다른 변화는 스타트업이 인구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가 대표적이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지난 2월 스타트업 관계자 200여명이 모인 인구포럼에서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스타트업 1만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 중의 하나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블루포인트는 일종의 육아 스타트업인 '아워스팟'을 직접 기획해 창업했다. 아워스팟은 7~9세 자녀를 둔 부모가 간편하게 아이를 믿고 맡기고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인구정책은 정부가 모든 걸 해줄 수 없다"며 "민간에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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