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초 넘어 최고 꿈꾸는 SKIET 폴란드 분리막 공장

머니투데이 돔브로바고르니차(폴란드)=김도현 기자 2023.06.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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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근무자가 분리막 품질 육안 검사를 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근무자가 분리막 품질 육안 검사를 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맨눈으로 볼 땐 얇은 창호지나 주방용 종이 포일이 떠올랐다. 손으로 만져보니 얇은 비닐 같았고, 얼굴에 대보니 화장용 기름종이처럼 유분을 빨아들였다. 모두 아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이었다. 분리막은 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과 더불어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다. 분리막은 제조방식에 따라 건·습식으로 나뉘는 데 습식 제작방식이 수준 높은 고급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분리막을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SKIET 분리막 생산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12일(현지 시각) 폴란드 실롱스크주 돔브로바고르니차에 위치한 SKIET 유럽공장을 찾았다. 공장은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300km, 제2의 도시 크라크푸에서 북서쪽으로 70km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주(州) 정부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전까지 울창한 숲이었다던 이곳에 SKIET는 축구장 80배 크기(57만 ㎡)의 공장을 세웠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곳은 1공장이다. 2공장은 시제품을 생산하며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하고 있다. 3·4공장은 내년 말 가동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계획된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15억4000만㎡의 생산량을 자랑하게 된다. 중형 전기차 205만대 생산 분량이다.



유럽지역 최초의 분리막 공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환복이 필수적이다. 반도체·LCD 공장에서나 볼법한 방진복과 방진화를 신어야 했다. 탈의실에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사이 앉았을지 모를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클린룸도 거쳐낸 끝에 겨우 들어설 수 있었다. 분리막은 합성수지 등으로 구성된 고체 상태인 원료 파우더와 오일을 혼합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고온의 롤러에 얇게 가하는 압축 단계부터 생산된 분리막을 원단처럼 마는 와인딩에 이르기까지 6단계 공정을 거치면 양·음극 접촉을 막는 분리막 제품이 자동 물류 시스템에 탑재돼 고객사에 전달된다. 비교적 단순한 공정이지만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SKIET만의 기술력이 숨어 있다. 일관성이다. 이경구 SKIET PM은 "얇은 막을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치열한 연구 과정을 통해 구축한 기술력을 일정한 농도·온도·과정을 거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품질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IET는 이런 기술력을 앞세워 '최초'를 넘어 '최고'에 도전한다. SKIET는 2004년 상업 생산 성공 이후 수많은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생산에 성공하고, 세계 최초 5㎛ 분리막 제품을 개발했다. 국내 최초 양면 동시 코팅 상업화에 성공했다. SKIET가 그간 연구해 온 분리막 특허와 실용신안은 234건에 달한다.



이제는 유럽 최고에 도전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유럽 전기차 분리막 수요는 55억5000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SKIET 폴란드공장이 30%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수혜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에 도전한다. 분리막은 IRA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2029년부터는 북미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SKIET는 2029년 이전까지 폴란드공장의 미국 수출 물량을 크게 키우고, 2029년 이후부터는 현지 생산을 통해 세계 최고 분리막 기업으로 거듭나겠단 꿈을 품었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과 유럽 지역의 분리막 수요 확대를 예측하고 과감하게 폴란드 공장 신설 투자를 결정했다"며 "현재 같은 이유로 북미 신규 진출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공장은 충북 증평, 중국 창저우에 이은 SKIET의 3번째 생산기지다. 내년부터는 이들 두 공장의 합계 생산량을 넘어선 물량을 출하한다. 신설되는 북미공장도 유럽공장에 준하는 생산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박병철 SKIET 폴란드법인장은 "폴란드에 터를 잡은 것은 헝가리에 있는 SK온만을 염두에 두지 않겠단 의미"라며 "글로벌 배터리 기업에 최고 수준의 분리막을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철로가 지나고, A4 고속도로를 통해 독일과 직접 연결되는 이곳 실롱스크에 전진기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화 공정률을 높여 효율·생산성을 높여 글로벌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분리막 1·2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분리막 1·2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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